오피니언 시론

미래창조과학부, 과연 공룡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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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상희
(사)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

미래창조과학부가 박근혜 당선인의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기관차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별 이론이 없다. 그런데 왜 논란이 있을까? 일부에서는 공룡 덩치이기 때문에 공룡의 운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공룡은 비대한 덩치로 환경 적응력이 약해 지구 생태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졌다. MB정부의 지경부도 공룡 덩치였다. 결국 제 몫을 못해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서 고통이 많았던 부처다. 일각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도 결국 지경부와 같은 운명이 될 것이라고 속단하고 있다. 한편으론 진흥·관리·규제기능이 한 묶음처럼 돼 각 전문기능이 오히려 상충해 제 기능을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두 가지가 미래창조과학부의 탄생에 부정적 견해인 셈이다.

 어떤 해석과 판단이 정확할까. 첫째 기준은 시대적 특성이다. 오늘날은 농장의 농업사회, 공장의 산업사회가 아니다. 두뇌의 지식사회로 급변하고 있다. 그 특성은 재화의 이동이다. 미국에서 잘나가는 100대 기업 자산내역을 보면 과거에는 유형자산이 70% 이상, 지금 머리에서 나오는 무형자산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제임스 캐머런,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가 이 같은 기업을 만든 대표적인 3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머리에서 나온 뛰어난 인문자연과학의 창의적 리더십이다. 이런 점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작명은 물론 큰 방향 설정도 제대로 된 셈이다. 구체적 평가는 조직, 기능, 인사가 정해져야 가능하다. 미리 부정적 판단이나 비판보다는 원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격려하고 조언하자.

 둘째 기준은 진흥·관리·규제 기능이 한 묶음이 돼 창조경제의 기관차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산업사회 사고의 상식적인 판단으로 보면 그 대답은 분명 부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철학적 논리로 따져 보자. 우리 몸은 창조주의 예술품이다. 창조주는 인간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해답을 몸안에 만들어 두었다. 우리 인체를 크게 머리, 몸통, 팔다리로 구분할 때 미래창조과학부는 분명 머리에 해당한다. 종합사고 운동의 대뇌 기능, 몸통 운동의 소뇌 기능, 내부 장기 운동의 간뇌 기능이 머리 안에 집합돼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신경 기능이야말로 집합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창조적 종합신경 기능은 진흥 기능이 중심이고, 관리와 규제 기능은 보조적이면서 한 가족처럼 화목하게 협동하고 있다.

 현실적 측면에서 따질 때 농업사회에서는 규제 중심, 산업사회에서는 관리 중심이었다면 지식사회에서는 진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규제와 관리의 잣대가 아직까지 적용되고 있다. 이 잣대로 미래창조과학부를 보는 것은 좀 보류하도록 하자. 이웃 나라 중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관차가 진흥 중심의 창의적 지도부인 반면, 우리 기관차는 규제관리 중심의 지도부에 해당된다. 그 때문에 중국 경제는 고속주행이고 우리 경제는 완행이기에 앞으로 우리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특히 이대로 가면 우리는 중국의 꼬리가 되지 않을까. 우리가 살길은 12억 명 중국의 몸통 위에 자리 잡은 머리가 되는 길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머리의 진흥 중심 신경 기능을 길러야 한다. 따라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우리를 중국의 머리가 되게 만드는 기관차가 돼야 한다.

 실례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 서비스 규제에 치중하고 진흥을 소홀히 해 관련 산업 기술이 몰락하고 있다. 진흥에 초점을 맞추면 그 기본은 과학기술이기에 오히려 분리보다 협동체제가 더욱 효율적이다. 결론적으로 미래창조과학부의 운명은 대통령의 신념과 의지에 달려 있다. 각기 다른 전문 악기가 아름다운 화음을 도출하는 오케스트라의 ‘명’지휘자로서 박 당선인의 창의적 의지에 기대를 걸어 보자.

이상희 (사)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