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을 자유 외치는 주인공, 공감 팍팍 가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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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은 ‘남쪽으로 튀어’에서 ‘완득이’보다 더 능청스러운 연기를 한다. 그는 “자식들이 무서워하지 않는 아빠 역할 때문에 중고생 팬들이 늘 것 같다”고 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윤석(45)은 극단의 캐릭터도 능란하게 오가는 배우다. 예컨대 서늘한 눈빛으로 연쇄살인범을 쫓는 전직형사 엄중호(‘추격자’)와 허허실실한 농촌 형사(‘거북이 달린다’)가 그랬다.

  아빠 역할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혐오하는 술주정꾼 아빠(‘천하장사 마돈나’), 밴드를 하며 중년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아빠(‘즐거운 인생’), 너무나 다른 가장을 연기했다. 그가 이번에는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아빠 최해갑으로 변신했다.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남쪽으로 튀어’(임순례 감독)에서다.

 운동권 출신인 최해갑은 국민연금·TV수신료·지문날인 등 정부의 모든 일이 부당하다며, 가족을 이끌고 고향인 남쪽 섬에 정착한다. 하지만 세상은 자급자족하며 살려는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영화의 각본에도 참여한 김윤석은 “소설의 극단적 캐릭터를 넉살과 해학이 넘치는, 한국적인 인물로 바꿨다”고 했다.

 -원작의 도발적 캐릭터가 약화됐다.

 “소설 주인공은 전공투(1960년대 극렬했던 일본 학생운동조직) 출신이다. 미군 기지의 전투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런 극단적인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올 순 없었다. 진짜 고수는 날을 세우다가도, 극단적 상황에서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중국 영화 ‘소호강호’를 참조했다. 섬을 개발하려는 세력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에서도 웃음을 강조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해갑은 한마디로 어떤 인물인가.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며, ‘뭔가를 하지 않을 자유’를 추구한다. 제도권도, 그 반대세력도 권력을 추구하는 건 똑같다며 다 부정한다. 나 역시 절대적으로 어떤 게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원작에 비해 가족애가 강조됐다.

 “해갑은 권력과 싸우면서도 가족애를 놓치지 않는다. 가족을 위해 신념을 굽히기도 한다. 원작에는 없는 부분이다. 남쪽 섬에 정착한 첫날 밤 좁은 방에 가족이 나란히 누워 자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

 -해갑의 좌충우돌하는 행동에 공감이 가는 대목이 있나.

 “경찰이 주민번호를 묻자 ‘그 긴 걸 어떻게 다 외워’라고 퉁명스럽게 답하는 대목이다. 그런, 다른 차원의 생각이 재미있었다. 다르게 사는 해갑 가족의 모습을 통해 관객에 통쾌함을 주고 싶었다.”

 -멋대로 사는 아빠를 가족이 따르는 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가장들이 보면 힘 빠질 일이다. 가출했다 돌아온 아들에게 ‘한번 나가면 일주일은 버텨야지’라고 핀잔 주는 아빠가 어디 있겠나. 일종의 판타지이자 성인동화로 봐야 한다.”

 -‘설송김’(설경구·송강호·김윤석) 트리오 중에서 올해 가장 먼저 컴백했다.

 “배역에 맞지 않는데도 투자받기 위해 우리를 억지로 영화에 구겨 넣었던 때가 있었다. 이젠 우리 나이와 스타일에 맞는 영화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어설픈 장르영화보다, 소소하지만 사람냄새 나는 영화가 더 좋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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