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저 유도 검토"

중앙일보

입력

일본은행(중앙은행)이 해외 채권을 사들여 엔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2일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는 자금을 무제한 공급해도 경기회복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환율정책을 동원, 수출에 불을 지피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엔저로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물가하락과 경기위축이 맞물리는 디플레 악순환을 차단하자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일본은 이같은 정책방향을 이미 미국에 통보해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미국이 '일본발 세계 불황'을 피하기 위해 자국 기업의 수출감소를 감수하고라도 엔저를 용인키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한국.중국 및 아세안(ASEAN) 등의 반발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차손을 피해 투자자금을 빼갈 경우 주가가 더 하락해 금융불안이 가속화할 위험도 있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일본은행은 매달 6천억엔의 국채를 인수하고 시중은행에 공급하는 유동성 한도를 6조엔 이상으로 높이는 등 무제한 돈을 풀어왔지만 돈이 금융권에서 기업으로 흐르지 않아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22일 중견 보험사인 다이세이(大成)화재가 도산하고 대기업들의 중간결산 결과 경상이익이 전년에 비해 반으로 줄어들자 시장에 불안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이번에 환율정책을 거론하고 있는 것도 기존의 금융 완화정책이 한계에 부닥친 채 경기위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전날보다 0.11 상승한 달러당 1백23.20엔을 기록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경기 자극을 위해 의도적으로 일정 수준의 물가상승을 유도하자는 이른바 '목표 인플레'론을 주장하고 있으나 중앙은행의 반대에 부닥쳐 실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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