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뜻모아 '5월의 강을 건너며 '연극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일본의 '공연 1번지' 신국립극장이 내년 한.일 합작 연극을 준비하고 있어 결과가 기대된다.

연극분야 예술감독인 구리야마 타미야(栗山民也) 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내년 6월 3~13일 월드컵 기간 중 신국립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할 작품은 '5월의 강을 건너며'다. 강은 한강을 상징한다.

제작 주체는 신국립극장이지만 구리야마는 "한국 공연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며 "예술의전당이 파트너였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특별한 목적의식은 없는, 순수한 한.일 연극 교류로 봐 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제작하는 작품이지만 '합작'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는 것은 연출.작가.출연자들이 각각 두 나라에서 뽑힌 사람들로 짜여졌기 때문이다. 이미 연출가와 작가는 확정된 상태다.

한국에서는 탄탄한 자기세계를 자랑하는 중견 연출가 이병훈(49) 씨와 30대의 여성작가로 기대주인 김명화(36) 씨가 나선다. 일본에서는 세이넨단(靑年團) 의 대표인 히라타 오리자가 연출.극작을 함께 맡는다.

1983년 창단한 세이넨단은 일본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극단이며, 히라타의 두개의 작품은 이미 한국에도 소개된 바 있다. 93년 서울과 부산에서 한국어로 선보인 '서울시민'과 99년 예술의전당의 일본주간에 공연한 '도쿄 노트'가 그것이다.

결국 '5월의…'는 양국을 잘 알거나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협업을 통해 한 작품을 완성하는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용 또한 일단 공평한 이야기를 지향한다.배경은 어느 5월 한강의 고수부지. 벚꽃 만발한 이곳에 두 나라의 집단이 꽃놀이를 나온다. 다섯명의 식구로 구성된 한국의 한 가족과 한국어를 배우러 온 다섯명의 일본인 학생 집단이 그것이다.

마침 그 한국어학당의 선생님이 한국인 가족의 아들이어서 자연스레 두 집단은 서로 어울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새어나오는 두 나라 가족들의 이야기가 연극의 내용이다.

두 작가들은 각자 자기 나라의 이야기를 나눠 쓰고, 연출들은 이를 적절히 혼합해 균형있는 작품으로 만들어내면 된다. 작품 스타일은 한 때 일본에서 유행했으며 세이넨단의 독특한 문법이기도 한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을 지향한다.

이병훈씨는 "일본의 참여자들과 많은 논의를 통해 양국의 문화가 편견없이 공정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며 "그게 연극을 통해 대화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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