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수, 증시 새 주도세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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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순매수가 한풀 꺾이면서 증시가 프로그램 매매에 기대고 있다. 프로그램 매수가 증시 주도세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프로그램 매매는 선물가격과 현물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면 기관투자가들이 어느 한쪽을 팔고 다른 쪽을 사는 거래를 뜻한다.

21일에는 프로그램 매수의 힘이 두드러졌다.

이날 외국인들이 순매도에 나섰으나 선물가격이 현물가격이 웃도는 이른바 콘탱고 현상에 따라 1천8백12억원어치의 프로그램 순매수가 일어나 종합주가지수는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프로그램 매수는 이날 전체 거래대금(2조4천6백억원)의 7% 이상을 차지했고, 투신사들이 두달만에 최고치인 9백45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이날 프로그램 순매수가 집중된 LG전자와 S-oil, 삼성전기, 현대중공업, 담배인삼공사 등 중가권 옐로칩들은 대부분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프로그램 매수는 지난 19일 3천1백27억원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8일(거래일 기준)연속 1천억원을 웃돌고 있다.

대투증권은 "지수 600선을 돌파하자 기관들이 프로그램 매수를 통해 외국인 매수세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며 "외국인도 현물주식에서 거둔 평가익을 지키기 위해 지수선물을 꾸준히 사들이고, 개인투자가들도 선물 순매수에 나서고 있어 당분간 프로그램 매수가 장을 떠받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21일 차익거래잔고가 4천억원을 넘어서자 투자자들이 서서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아직은 차익거래잔고가 연중 최고치(5천8백억원)까지 여유가 있지만,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은 백워데이션으로 반전될 경우 한꺼번에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쏟아져 지수를 급락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매수 물량은 선물 만기일(12월 13일)이나 백워데이션 현상이 나타나면 차익거래 청산을 위해 자동으로 매도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급등장세에 매수하지 못한 기관들이 소극적이나마 프로그램 매수를 통해 주식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현금을 쥐고 있는 기관과 개인투자가들이 조정 때마다 매수에 나설 움직임이어서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일시에 쏟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철호 기자news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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