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전쟁' 벌어질 조짐

중앙일보

입력

감산(減産)문제를 놓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간 의견대립이 심해지면서 원유 가격전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이에 따라 15일 배럴당 18달러 아래로 하락한 유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수입국들엔 다행스러운 일이다.

양측간 갈등은 29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OPEC의 감산 요구에 러시아.노르웨이 등 일반 산유국들이 동조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알리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15일 "러시아가 상당량을 감산하지 않을 경우 OPEC는 절대 감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델 알-수베이 쿠웨이트 석유장관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고 거들었다.

이런 가운데 세계 2위의 원유수출국인 러시아는 OPEC의 대량 감산요구를 무시하고 하루 3만배럴만 줄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OPEC는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3백50만배럴(하루)을 감산했으나 러시아는 오히려 50만배럴을 증산했다.

노르웨이 석유장관도 "배럴당 20달러 안팎의 유가가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감산에 동참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노르웨이는 현재 하루 3백만배럴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멕시코는 내년 1월부터 생산량을 하루 10만배럴 줄이겠다고 밝혀 비회원국 중 유일하게 OPEC의 요구에 부응했다.

OPEC는 지난 14일 비회원국들이 하루 50만배럴을 감산한다는 조건으로 내년 1월부터 1백50만배럴의 감산을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합의도출 실패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가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서부 텍사스 중질유(12월물 기준)는 배럴당 2.29달러 떨어진 17.45달러를 기록했다.

◇ 유가 전쟁=1986년 1차 전쟁도 비OPEC 산유국들이 감산에 동조하지 않아 촉발됐다. 화가 난 OPEC가 생산시설을 전면 가동했고 그 결과 85년 말 26달러대였던 유가가 7개월 만에 7달러대로 폭락했다.

이후 비회원국들이 감산에 동참했다. 93년 2차 전쟁은 OPEC가 비회원국의 시장점유율 상승을 막기 위해 증산하면서 일어났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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