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법개정 필요한 현안 중·장기 추진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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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도입하겠다고 했던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와 금융계열사 분리청구제 등 재벌개혁 시책의 대부분이 내년 이후로 넘겨질 전망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재벌정책 등 경제분야 개혁과 관련해 "대통령 혼자 할 수 없는 개혁 현안들은 따로 분류해 중.장기적 과제로 가져가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盧당선자는 15~16일 열린 인수위의 경제분과 정책토론회에 참석, "경제분야 개혁은 대통령이 역량을 집중 투입하면 조기에 실현할 수 있는 과제와 그렇지 못한 것들을 구분해 추진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지시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盧당선자는 또 "법 개정이 필요한 경제분야 개혁과제 가운데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내놓은 공약과 같은 것들은 별도로 뽑아 조기에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盧당선자가 경제개혁 과제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전체 경제개혁 과제를 ▶법 개정이 필요한 것▶시행령만 고치면 돼 정부 차원에서 추진 가능한 것▶한나라당과 입장이 같은 것 등 세가지로 분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분류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시행시기를 1~3단계로 나눠 초.중.장기 과제로 재분리하는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수위가 그동안 내놓은 경제개혁 과제 중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금융계열사 분리청구제▶공정위 조사권 강화▶증권 집단소송제▶사외이사제 확대 등은 관련법이 개정돼야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 제도 대부분에 대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어, 인수위의 연내 도입 방침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와 관련, 인수위 내부에서는 중.장기 과제들은 내년 봄 총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당선자의 한 핵심 측근은 "당선자가 경제개혁을 미루겠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며 "다만 시간에 쫓긴 무리한 추진은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제도 도입을 위한 실무적인 검토작업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경제개혁 시책들을 무리하게 도입할 경우 위헌 논란 등이 우려돼 중.장기적으로 신중히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환영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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