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금융사 대주주·임원 … 재산 숨기기 어려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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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퇴출 저축은행 등 부실 금융회사 대주주와 임원이 재산을 숨기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 투입을 초래한 부실 관련자의 은닉재산에 대한 조사권을 강화하기 위해 신고 포상금을 늘리고,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거래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는 방안 등을 추진키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우선 예보는 은닉재산을 신고하는 사람에게 주는 포상금 한도를 현재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비리를 제일 잘 아는 내부 고발자들의 자진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예보는 신고를 통해 회수한 재산의 약 15%를 제보자에게 포상금으로 지급하는데, 제보자는 직장 동료와 친인척이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FIU의 금융거래정보를 활용해 금융부실 관련자의 계좌추적도 강화한다. 그간 예보는 검찰과 함께 은닉재산을 조사해왔지만 계좌추적 권한이 없어 한계를 느껴왔다. FIU를 통해 포착된 차명계좌·현금거래 등 수상한 자금흐름을 알 수 있게 되면 조사 효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예보는 기대한다.

 조사 인력도 대폭 늘어난다. 예보는 올해부터 50억원 이상의 고가 은닉재산을 전문적으로 찾는 별도의 팀을 만들어 운영한다. 이에 따라 금융부실 관련 자금 회수 업무를 맡는 ‘재산조사실’은 현재보다 한 팀(약 10명)이 더 보강돼 3팀(약 40명) 체제로 운영된다.

 예보 고위 관계자는 “부실 관련자의 재산 은닉 수법이 치밀해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조사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절실해졌다”며 “저축은행 등 금융비리의 피해를 줄이고 부실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예보는 부실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채무불이행 법인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대주주와 경영진에만 주목하다 보니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대출로 재산을 은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예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 금융회사의 은닉재산에 대한 추적을 맡고 있다. 최근 5년간 환수한 금액은 총 1000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확보한 은닉재산은 5000만원 초과 예금자 등에 대한 파산배당 재원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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