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못 챙긴 산업화세대 노인들 … 국민연금 타도 60%가 20만원 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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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모(72) 할아버지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과 관련해서다. 김 할아버지는 “노인들이 어렵게 벌어서 자식들을 키우다 보니 연금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지금 노인들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데 왜 재정이 들어가는 것만 따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공약인 기초연금 도입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몇 가지 방안을 가지고 향후 재정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 수용성 등을 따지고 있다. 국민연금과 어떤 식으로 통합할지, 형편이 넉넉한 노인과 저소득층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어떻게 차등화할지도 관건이다.

 기초연금 도입 배경에는 현 세대 노인들의 빈곤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깔려 있다. 노후소득 보장의 핵심 장치는 국민연금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기능이 미약해 현재 노인들의 삶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은 269만 명,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은 약 157만 명이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을 받는 노인은 24만 명. 양쪽을 다 합쳐도 전체 노인의 31%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연금 액수도 얼마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 수령자 중 월 연금액이 20만원이 안 되는 사람이 105만2161명에 달한다. 여기에는 60~64세가 포함돼 있긴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다고 해도 80만~9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의 보장기능이 한계가 있다 보니 2008년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됐다.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월 9만7100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보험료를 걷어서 운영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예산을 사용한다. 기초노령연금은 소득 인정액(소득에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더한 금액)이 최저생계비의 145% 이하일 경우 대상이 된다.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이 적은 데다 금액이 적다 보니 기초노령연금을 보충적으로 받는 사람이 134만6939명(부부 수령자 포함)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적은 이유는 시행한 지 25년밖에 되지 않은 데다 노인들이 보험료를 제대로 낼 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노인의 경제적 형편도 어렵다. 정부가 지난해 노인 1만1542명을 면접 조사했더니 1인당 월평균 소득이 70만8000원에 그쳤다. 이 중에서 국민연금·기초노령연금을 합한 공적연금 수입은 23만원(월소득의 32.5%)에 불과했다. 오히려 자식이나 친척이 지원하는 사적이전 소득(약 28만원)보다 적었다. 그나마 2008년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됨으로써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4년(14.4%)에 비해 향상된 것이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을 받지 않는 400만 명의 노인도 문제지만 국민연금 수령자도 금액이 그리 많지 않은 점 역시 인수위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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