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쉿~? 중국 눈치봐도 너~무 보는 한국 식품업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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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식품기업은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 봐도 너~무 보고 있다.

기자는 중국 짝퉁식품의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국내 주요 식품업체 10여 곳에 취재 협조를 요청했다.(참고☞ 『신라면·다시다·해바라기씨…짝퉁 천국 중국, 없는 게 없다』)

한국 식품의 짝퉁으로 물질적인 피해를 입었는지, 혹은 졸지에 기업 이미지까지 실추된 적이 있는지, 짝퉁식품 소비자로부터 항의를 받거나 소비자의 식품안전사고는 없었는지 등등 알고 싶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일체 언급을 피했다. 그나마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이 “우리 회사는 이번 취재에서 빼달라” “다른 회사들을 취재하면 얘깃거리가 나올거다”였다. 중국에서의 사업이 이제 막 잘 되려 하고 있는데 짝퉁식품 잡겠다고 불만 섞인 기사가 나왔다가는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고, 향후 사업하기에 불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컸다.

짝퉁식품을 촬영한 사진 제공 요청에 “갖고는 있다. 찾아보겠다”는 답변 이후로 단 한 곳도 사진을 제공한 곳은 없었다. 심지어 오랫동안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수천 억 원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A업체조차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 식품기업들의 비협조로 기자는 하는 수 없이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B업체의 현지 공장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공장장과의 인터뷰를 시도했고 짝퉁식품 시장의 내막을 캐냈다. 그리고 각종 중국 언론과 사이트에서 한국식품의 짝퉁식품 관련 보도와 게시물들을 샅샅이 뒤졌다. 언급할 내용이 없다던 A업체의 짝퉁식품도 찾아냈다.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많이 찾는 C업체의 제품은 짝퉁식품이 심각했다. 하지만 C업체 관계자는 “다른 회사는 몰라도 우리 회사는 회사 이름도 제품 종류도 절대 알려져선 안 된다”며 보도 자제를 당부했다.

남은 되고 자기는 안 되고, 짝퉁식품이 얄밉지만 중국 정부의 눈치 보느라 입 꾹 닫고 있는 이들 ― 바로 우리 식품업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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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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