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넘나든 e-메일 사랑, 결혼 골인

중앙일보

입력

"e-메일이 우리의 중매자나 다름 없지요. 이역만리 떨어져 있어도 사랑이 변하지 않은 것은 e-메일 덕택입니다."

지난 11일 낮 12시30분 전북 전주시 전주향교에서 2백여명의 하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외국인 신랑이 한국 신부와 전통 혼례식을 했다.

주인공은 스위스인 프란츠(35)와 이수진(31)씨. 두 사람은 국경을 초월한 7년 간의 'e-메일 사랑'끝에 이날 결혼했다.

신부 李씨가 신랑을 처음 만난 것은 1994년 2월. 원광대 도예과를 졸업하고 어학연수를 위해 뉴질랜드에 머무르는 동안 제약회사에 다니던 프란츠를 만났다.

"어학연수에 관한 도움말을 듣기 위해 자주 만나면서 사랑의 감정이 싹텄습니다. 그의 성실함과 섬세함이 나의 편견을 바꾼 거죠."

李씨가 어학연수를 마치고 95년 초 귀국한 뒤에도 그들의 사랑은 지속됐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그들이 직접 만난 것은 세번에 불과했다. 그러나 e-메일이 사랑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그날 겪은 얘기를 e-메일로 주고 받으며 사랑을 확인했다. 7년여 동안 오고 간 e-메일은 수만여통.

李씨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I love you'를 꼭 적은 사랑의 메시지는 그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무치게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들의 사랑은 탄탄대로가 아니었다. 李씨는 결혼을 결심하고 부모님의 허락을 받으려 했으나 예상대로 반대가 너무 완강했다. 하지만 이들의 뜨거운 사랑은 4개월 만에 부모의 마음을 돌려 놓았다.

어머니 유옥자(56)씨는 "처음엔 선뜻 이해가 안돼 반대했으나 지금은 사위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15일 스위스로 출국해 신랑의 고향 풍습에 따라 다시 결혼식을 하고 그 곳에서 신혼 살림을 차릴 예정이다.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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