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도 좋다… 바뀌는 취업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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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 한국 법인은 전문대 졸업자를 대상으로 기술지원.안내업무 등을 맡을 계약직(1년 근무) 4명을 뽑기로 하고 현재 면접 중이다. 그런데 응시자 41명 중 19명이 4년제 대학 또는 대학원 졸업생으로 나타났다.

다단계 판매업체인 암웨이는 지난 9월까지 고졸자를 채용했던 접수.현금계산원 등 임시직에 고학력자가 많이 지원하자 이달에는 아예 학력 기준을 전문대 졸업자로 높였다. 그런데 2명을 뽑는 임시직에 72명이 몰린데다 30명은 대졸자였다.

취업난이 극심해지자 임시직.파견직 등 '비정규직'마저 경쟁이 치열하다. 대졸자는 물론 석사 출신.해외 유학파까지 눈을 돌리면서 지난해의 두배 이상 구직자가 몰리고 있다.

1백50개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아데코코리아(http://www.adecco.co.kr)의 고대준 마케팅 실장은 "하루 평균 40여명의 구직자들이 비정규직이라도 좋으니 취직을 시켜달라며 이력서를 등록하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며 "대학원.유학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인력파견 회사인 키스템프(http://www.jobis.co.kr)도 비정규직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는 신규 구직 등록자 수가 지난달에만 4천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가 늘어난 것이다.

구직자들의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 채용정보 제공업체 잡라인(http://www.jobline.co.kr)이 최근 구직자 6백53명에게 물은 결과 절반 이상이 '일단 임시직에 취업해 경력을 쌓겠다'고 답했다.

기업들도 경기침체 속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보다 많은 51.5%에 달한다.

LG경제연구원의 송태정 책임연구원은 "인구 구조.대학 진학률을 볼 때 2007년까지는 대졸 취업난이 불가피해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하려는 경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며 "비정규직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그에 따른 적정한 임금.노동조건 등을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 비정규직=파견.임시.계약.촉탁직 및 아르바이트 등으로 구분된다. 종전에는 계약.임시직 형태가 많았으나 요즘에는 인력 아웃소싱업체를 통한 파견직이 늘고 있다. 근무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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