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장네 솔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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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유학 시절, 무척 가난했습니다. 하나 있는 아들놈 유치원조차 못 보냈습니다.
TV에선 알아듣지 못할 프랑스어만 나오고, 또래 아이들은 놀리기만 하니 항상 혼자 놀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자폐증을 의심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부모의 공부 욕심 탓에 아무 죄 없이 고생하는 아들, 제 가슴의 멍이었습니다.
그 아들이 고맙게도 잘 컸습니다. 미술경영을 공부합니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제 작품에 머리를 끄덕여 주는 이가 단 한 명이라면 제 아들일 겁니다.”

시인 김용택이 펴낸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는 그 대척점에서 쓰인 책이다. 어
느 강 마을의 60년 역사와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한 편의 다큐처럼 기록한다. 책
은 시인이 나고 자란 진메 마을 공동체가 어
울려 사는 법을, 마을 초등학교 선생님으
로서 품은 숱한 고민과 반성을, 수십 년을
하루같이 만나온 아이들 이야기를 빼곡히
담는다. 시인은 『내가 살던 집터에서』와
『살구꽃이 피는 마을』 두 권에다 기존에

시인 김용택이 펴낸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는 그 대척점에서 쓰인 책이다. 어느 강 마을의 60년 역사와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한 편의 다큐처럼 기록한다. 책은 시인이 나고 자란 진메 마을 공동체가 어울려 사는 법을, 마을 초등학교 선생님으로서 품은 숱한 고민과 반성을, 수십 년을 하루같이 만나온 아이들 이야기를 빼곡히 담는다. 시인은 『내가 살던 집터에서』와 『살구꽃이 피는 마을』 두 권에다 기존에

완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가령 2권 말미쯤 독백하듯 열거된 단어들을 눈여겨보자. 시인은 ‘부르면 한도 끝도 없이 따라 나오는 그 그리운 이름들’을 다시 불러 모은다. 깍쟁기, 애기지게, 얌쇠 양반, 풍언이 아재, 구장네 솔밭…, 무려 195개다. 문득 자문한다. 지금, 나라면 떠올릴 이름들이 몇 개나 될까. 그는 그리워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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