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상에 빛나는|송계범씨의 「텔렉스 모아쓰기 텔리타이프」<발명특허 1530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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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 한글은 세계적으로 뛰어 난 문자라고 국민학교에서는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한글에는 중요한 두 가지 결점이 있으니 하나는 아직도 완전치 못한 맞춤법이며 또 하나는 기계화의 어려움이다.
그중 기계화의 문제를 해결해낸 송계범씨가 제10회 발명의 날인 오늘 발명 상을 받게 됐다. 맞춤법 통일이 한글학자의 책임이라면 기계화는 과학자의 과제다. 전남대의 물리학교수였던 송계범씨(45)는 「텔렉스」용 모아쓰기「텔리타이프」(발명특허1530호)로 수상하게 됐다. 「타이므라이터」를 쓰면 맨손으로 쓰는 것보다 얼마나 빠르고 쉬운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한곳에서 「타이프」를 치면 지구저쪽에서도 무선전파로 이것이 그대로 찍혀 나오는 것이 「텔리타이프」. 마치 필요한 상대방을 불러 얘기하듯 필요에 따라 상대방을 골라 「텔리타이프」로 문자교신을 할 수 있는 것이 「텔렉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도 활자 한 개씩을 골라 박아 책이나 신문을 인쇄하고 있지만 영자의「모노타이프」나 「라이노타이프 는 「타이프」의 「키」를 누르기만 하면 활자가 차례로 전조돼 나와 식자까지 돼버린다.
한글의 기계화가 어려움은 24개의 자모 (자음14자·모음10자)가 위치를 바꾸고 때로는 복합해가며 자형을 변해 가는데 있다. 한글연구의 선구자였던 주시경이 한글 풀어쓰기를 제안한 것은 애당초 기계화를 염두에 둔 때문이었고 그 뒤 많은 한글학자들이 풀어쓰기에 동조했었다..
그려나 60년 송씨의 모아쓰기 「텔리타이프」가 체신부에서 쓰여지면서부터 한글은 구태여 풀어쓰지 않아도 좋다는 가능성이 짙어졌다.
송씨의 「텔리타이프」 300형은 전자 뇌를 써서 모아쓰기의 난관을 해결한 것이다. 사람이 자모를 풀어쓰기처럼 차례로 찍어만 주면 전자 뇌는 스스로필요한 자형을 골라 찍게된 것이다. 『나는 간다』라고 찍을 때 풀어쓰기는『ㄴ ㅏ ㄴ ㅡ ㄴ ㄱ ㅏ ㄴ ㄷ ㅏ』로 찍지만 송식 「텔리타이프」는 한자 한자의 구별 없이 차례로 자모를 찍기만 하면 전자 뇌가 초성 중성 종성(받침) 을 제대로 구별해 『나는 간다』고 찍어낸다.
여기에는 초성·받침·복합자음의 경우에 따라 다른 자모 자형이 있고 모음에도 받침의 유무에 따라 달리 쓸 수 있게 길고 짧은 두 가지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키」에 달리 표시된 것이 아니라 전자 뇌가 스스로 골라내므로 찍는 것은 풀어쓰기와 같다. 게다가 글자마다 띄어쓰지 않아도 저걸로 띄어써지므로 속도는 35%나 빠르다. 영문도 물론 가능하고 겸우에 따라서는 외국에서 영문으로 송신해도 우리 글로 받을 수 있다. 송씨의 수상대상이 되는 송식「텔리타이프」110형이 나은 것은 이 때문이다. 17연간을 한글의 기계화에 전념해온 발명가는 시류에 타협하여 자기의 발명품에 수정을 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 수정은 실제로는「키」의 위치를 문교부 제정대로 고치고 글자사이를 땔 필요가 없던 것을 한자마다 「스페이스·바] 를 눌러주어 35%빠르던 속도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은 「개악」이었다. 이 교묘한 개악을 해서야 비로소 그의, 「아이디어」는 이미 움직이고 있는 「텔렉스」시설에 쓰여지게 된 것이다. 송식 「텔리타이프」는 본사에 4대가 설치된 것을 비롯, 자꾸만 번져가고 있다. 이제 한글 기계화의 나머지과제는 하루속히 「텔리타이프」 종류를 통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공업제품의 표준규격화를 추진하고 있는 당국이 통신시설의 표준화를 생각지도 않고 있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패러독tm」인 것이다. <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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