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약 사용량 규제에 제약업계 반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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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에서 일정 규모 이상으로 매출이 증가한 의약품의 약값을 내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바로 '사용량-약가 연동제'다.

이 제도는 본래 2006년에 도입됐다. 주로 신약을 국내 도입할 때 약가협상 내용 이행여부를 점검해 제약회사의 초과 수익으로 인한 보험재정이 증가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예를들어 제약회사에서 약가협상을 할 때 ▲미리 제출한 예상 사용량보다 실제 사용량이 늘어났거나(증가율 30%) ▲협상하지 않고 건강보험 적용을 받은 의약품 중에서 전년 대비 사용량이 크게 증가한(60%) 의약품에 대해 약값을 인하한다. 최대 인하율은 10%로 제한적이다. 그런데 이 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자 복지부는 지난해 개편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약가인하 범위와 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의약품 청구금액이 늘어날 경우 해당 의약품의 약값을 인하시키는 대상에 포함시키는 식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개정 사용량-약가 연동제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사용량 증가율뿐 아니라 청구금액이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하면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시킨다. 대형품목의 경우 현행 사용량 증가율이 약가인하기준(60%)에 못 미치더라도 일정액이 증가하면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된다. 보험재정 영향이 큰 약제 위주로 약가인하를 추진한다는 것. 제약사 입장에서는 주력품목의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약가인하를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약가인하 대상을 청구량 증가율만으로 선정했다. 그러다보니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대형품목의 약제들은 실제로 청구량이 증가하지 않아 보험재정 절감효과가 미비한 소형품목들 위주로 약가 인하가 진행됐었다. 또 사용량 증가율 차이에 따라 약가인하율이 차등 적용된다. 사용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약에 대해서는 일단 인하율을 현행 10%보다 높이고 인하 폭도 편차를 두겠다는 이야기다.

▶제약협회 "국내 제약산업 경쟁력 하향평준화될 것"

제약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주력품목의 약가인하 가능성으로 인해 부담이 크다며 개편안 수정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청구금액이 늘었다는 이유로 대형 의약품 약값을 인하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경쟁력 있는 제품이 오히려 약가인하라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결국 회사 성장동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A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는 신약개발을 위해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길이 줄어들게 된다. 안그래도 신약개발은 리스크가 큰 산업인데 누가 투자를 하겠냐"고 말했다.

B제약사 관계자도 "정부에서 약값깍기에 혈안이 됐다"며 "정부에서 한다니 결국 시행되겠지만 좋은 약을 개발하려는 의지가 줄어 결국 손해는 국민들이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제약사 관계자는 "잘 팔리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필요했다는 것인데 사용량을 규제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호소했다.

제약협회는 역시 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사용량-약가인하 연동제는 제약사의 수익구조를 근본적으로 제한하고 가격경쟁력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여 규모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막는다"며 "결국 국내 제약산업 경쟁력은 하향 평준화돼 국제 경쟁력을 잃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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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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