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문화벤처 설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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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기시대 초기 태양·주술사의 얼굴·방패 모양 등이 그려진 이 암각화는 신적인 권위를 지닌 당시 권력자에 대한 숭배사상을 나타냅니다.”

지난달 28일 오전 11시쯤 고령군 양전동 암각화 앞.경북대 사학과 강사 김현숙(38·한국고대사)박사가 30여명의 초등생·일반인 등 답사객을 상대로 암각화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암각화의 유래,당시의 정치집단과 주민들의 염원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끝나자 답사객은 그제사 이 암각화의 역사적 가치를 알겠다는 듯 고객을 끄덕인다.

이 자리는 경북대 사학과·고고인류학과·국어국문학과 교수와 석·박사 출신의 강사 등 38명이 최근 설립한 ㈜예그린의 첫 답사.교수·강사 등이 십시일반으로 자본금(5천만원)을 모아 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것이다.

경북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예그린은 문화 관련행사의 기획과 진행,사이버전시관 구축,문화유적 답사길 개발 및 안내,문화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는 벤처.

월 2회 이같은 국내 역사탐방을 실시하고 12월부터는 중국 등 해외 문화 탐방사업을 벌인다.또 행정구역·테마별로 영남지역의 역사 및 문화자료를 정리·제공하고 문화컨텐츠 관련사업 수주,사이버박물관 모델 개발 등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예그린은 “역사학 등 침체된 인문학의 활성화를 위해 돌파구를 찾자”는 회사 이사장인 권연웅(權延雄·61·사학과)교수의 제안으로 설립됐다.

權교수는 “인문학 전공자의 사회 진출이 어렵고 지식 공유가 강단에서만 이뤄져 학문 자체의 침체뿐만 아니라 관련지식마저 사장되고 있다”며 회사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전통문화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과 지적 욕구가 증대되고 수없이 많은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사업이 잘못 진행되거나 왜곡되고 있는 점도 교수·강사들을 뭉치게 만들었다.

회사 실무 책임자인 사학과 윤재석(尹在碩·41)교수는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회사답게 고급 문화상품을 적극 개발,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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