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김병현, 아쉬운 경험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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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조금 덜 닫았지만 이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패배는 작은 문틈을 비집고 들어왔고 승리는 제쳐진 문으로 사라졌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고 역전패 당했다.

2일(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5차전은 마무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한 판 이였다.

전날에 이어 두 번 마운드에 올랐던 김병현은 이틀동안 세 개의 홈런을 맞아 팀의 승리를 지키지 못했고 팀도 벼랑끝에 몰렸다. 반면 마리아노 리베라는 위력적인 공을 구사하며 이틀연속 팀을 구원했다.

마무리의 중요성은 늘 강팀의 꼬리표 처럼 따라 다닌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뤄낸 팀의 끝엔 언제나 특급 마무리가 존재했다. 90년대 초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엔 데니스 엑커슬리가 있었고 95년의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엔 마크 월러스가 존재했다. 96년의 양키스엔 존 웨틀랜드가 있었고 리베라는 불펜투수였다.

역사상 최강의 원-투 펀치를 보유한 다이아몬드백스는 '파이어볼'을 던진다는 매트 맨타이를 시즌중반 잃었다. 김병현은 빈 자리를 막아냈고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2년차가 버티기에 월드시리즈 무대는 너무 높았다. 힘 있게 던진 비밀병기 '업 슛'은 거대한 벽에 튕겨나온 공 처럼 멀리 튀었고 담장을 훌쩍 넘었다.

두 번의 실투가 모두 투 아웃 이후라는 것은 마지막 한 발의 아쉬움을 남긴다. 다시 오지못할 기회일지도 모르기에 아쉬움은 몇 배로 커진다. 월드시리즈에서 한 팀의 마무리를 맡기에 아직은 부족한 '경험'이 드러났고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경험이 부족한 김병현이 상대하기에 100년 역사의 양키스의 저력은 너무 깊고 높았다. 양키스 타자들은 실투를 놓치지 않았고 한 순간에 경기를 뒤집었다.

아직은 성급함과 고집이 앞서는 22살 메이저리그 2년차의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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