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기초연금 재원 30%…국민연금에서 충당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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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의 30%를 내년부터 걷는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에서 조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 운영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젊어서 보험료를 내고 노후에 꺼내 쓰는 제도인데 여기서 현재 노인에게 지급할 돈을 빼는 것이어서 연금 가입자, 특히 젊은 층의 반발이 클 전망이다.

 10일 새누리당,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년에 기초연금을 도입하되 재원 일부를 국민연금에서 조달키로 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국민연금 적립금(지난해 말 현재 384조원)에서 빼는 것이 아니라 내년부터 걷는 보험료에서 조달할 방침”이라며 “연금 가입자들이 61세부터 받는 연금액은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초노령연금은 노인 66%(405만 명)에게 월 9만7100원을 지급한다. 박 당선인은 기초노령연금법·국민연금법을 바꿔 내년부터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인수위는 이 공약을 약간 바꿔 소득 계층별로 기초연금 액수를 차등화하기로 했다. 저소득층은 20만원을 지급하고 여유 있는 계층은 이를 줄이되 현재 수준(9만7100원)보다 떨어뜨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를 위해 2014~2017년 4년간 국비 14조6672억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지방비 약 5조원과 국민연금에서 8조4000억원가량을 보탤 계획이다. 국민연금에서 매년 2조1000억원 정도 끌어오는 셈인데, 이는 한 해 연금보험료 수입(27조원)의 7.8%에 해당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은 기초연금을 좀 덜 받고 국민연금이 적은 사람은 기초연금을 다 받도록 연동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연금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고 노인인구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가입자의 보험료가 오르거나 미래의 노후 연금액이 줄 수 있다. 한국사회정책연구원 박순일 원장은 “국민연금은 주인이 따로 있는 돈이다. 이 돈을 기초연금에 빼 쓰면 젊은 층 반발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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