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택시, 지원보다 개혁이 먼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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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소현
사회부문 기자

“기사 맘대로 손님을 골라 태우는 택시가 무슨 대중교통이냐.”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일명 ‘택시법’을 취재하면서 만난 시민들이 한결같이 쏟아낸 말이다. 실제 서울시에 접수된 교통 민원 중 가장 많은 게 바로 택시 관련 내용이다. 2011년 기준으로 교통 민원 5만2638건 가운데 택시 관련 민원이 3만9280건으로 75%나 차지했다. 특히 승차거부에 분통을 터뜨리는 민원인이 많았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택시법’ 이전에도 택시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사들도 할 말이 없지는 않다. 심야에 장거리 손님 위주로 태우지 않으면 회사에 내야 할 사납금 채우기가 버겁다고 하소연한다. 이러니 기사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표 좀 얻겠다고 정치인들이 택시 지원법부터 통과시켰으니 국민 감정이 좋을 리 없다. 인터넷에선 “택시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에게 세금으로 월급 주지 말자”는 네티즌들의 성난 댓글이 올라온다. 택시기사들 사이에도 “업주들 배만 불릴 것”이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취재 중 만난 택시 담당 공무원은 “정치가 끼어들어 (택시)정책이 망가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동안 뒷짐만 지고 있던 국토해양부와 택시면허를 남발한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택시법이라는 괴물이 나오는 데 일조한 공범들이다.

차는 많은데 승객은 줄고 있으니 택시업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유가로 매년 유류비 부담도 늘어나는 악조건이다. 막대한 혈세를 들여 지원한다고 해서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 택시 숫자를 줄이는 구조조정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택시 경쟁력이 살아나고 기사들의 근로 여건이 좋아진다. 그러면 승객에 대한 서비스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현재 25만5000여 대의 택시 중 적어도 5만 대 정도는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원인도 알고 해답도 알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단호한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택시업계도 어렵다고 정부 지원만 바랄 게 아니라 자정 노력이 우선이다. 그 출발은 불투명한 경영 행태와 부패 고리를 단절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택시법, 3중장부 업주 배만 불릴 판’이라는 본지 기사(1월 9일자 1, 8면)로 불법 도급택시 등 뿌리 깊은 업계의 부패 관행이 드러났다. 업계 일각에선 “극히 일부 문제를 언론이 확대·왜곡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기사가 나간 뒤 불법 도급택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제보전화도 적잖았다. 지자체는 물론 경찰과 검찰, 국세청이 택시업계의 불법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