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보장 안될때 북한 핵개발 본격화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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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북한이 핵무기 개발.보유 쪽으로 갈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을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서 핵 활동 재개를 선언하고 NPT에서 탈퇴한 측면이 강하지만 북.미 협상이 이뤄지지 않거나 실패하면 핵무기 보유를 통해 체제보장을 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12일자 분석기사에서 "북한은 수개월 안에 심각한 수준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며 "현재 부시 행정부 안팎의 많은 전문가가 북한이 핵무기 제조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13일 미 평화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도 이 같은 분석이 나왔다. 마커스 놀런드 미 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은 핵개발에 집착한 나머지 협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이 같은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고 한반도에 핵무기가 등장하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아인혼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북한의 움직임은 미국을 향한 벼랑끝 협상 전략과 인도.파키스탄처럼 핵무기로 체제안전을 확보하려는 것을 모두 겨냥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접근 방식도 확정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도 지난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NPT 탈퇴는 핵무기 생산을 최종 목표로 정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과거엔 핵 위협을 부수적 수단으로 사용했지만 이번엔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선군(先軍)사상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방위원회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점이나 핵 보유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NCND)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강석주 외교부 제1부상이 지난해 11월 방북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에게 "핵무기 보유 여부와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 계획 착수 시점에 대해선 앞으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교수는 "북한이 NPT 탈퇴 성명에서 '현 단계에서' 핵 활동이 전력생산에 국한된다고 한 것은 핵문제가 협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핵무기 제조로 나아갈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선 미국의 이라크전 개시 시점이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이라크전 개시 전에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으면 북한이 핵개발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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