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선 '경찰대 폐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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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찰 수사권 독립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검찰에서 경찰대 폐지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에 근무하는 金모 검사가 최근 검찰 내부 통신망에 "경찰대를 없애야 한다"는 글을 올린 사실이 15일 확인됐다.

金검사는 A4용지 여섯장 분량으로 작성된 글을 통해 "매년 경위 승진자가 1백70~1백80명인데 이 중 1백20명이 경찰대 졸업생으로 채워져 비(非)경찰대 출신의 승진이 갈수록 어렵다"며 "이를 방치하면 경찰 내부에 신군부의 '하나회' 같은 집단이 출현해 조직 위화감이 심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군 장교는 적과의 전투에 대비해 무조건적인 명령 복종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사관학교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민생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간부는 획일화된 교육을 받기보다는 일반 대학에서 교양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충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찰대 졸업생들이 검찰에 적대적인 의식을 가지고 수사권 독립과 관련한 집단의사 표시를 하는 것 등은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민수(鞠敏秀) 대검 공보관은 "검사 개인의 의견일 뿐 법무부나 대검이 만든 공식 문건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검.경에 경찰대 개선 방안을 물어온 데다 문제의 글이 보고서 양식으로 작성돼 있어 인수위 제출용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검이 여론 수렴을 위해 15일 홈페이지(www. sppo. go. kr)에 개설한 '국민의 소리' 코너에는 첫날부터 경찰 수사권 독립과 경찰대 폐지 등을 놓고 뜨거운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심상명(沈相明) 법무장관은 이날 "국민의 오해를 살 수 있으니 경찰 수사권 독립과 관련한 개인적 의견을 자제해 달라"고 전국 검찰에 지시했다.

한편 서울지검 서부지청은 지난 14일 관내 다섯개 경찰서에 경찰간부 명단과 경력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은 '경찰 길들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원배.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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