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총리 거론' 박준영 발언에 민주 "뒤통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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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18대 대선에서 호남 지역민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에 대해 “충동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광주MBC 라디오 ‘시선집중 광주’에 출연한 그는 “대선 결과에 대해 호남인들 스스로 멘붕 상태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고 치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시·도민들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다. 그때그때 감정에 휩쓸리거나 어떤 충동적인 생각 때문에 투표하는 행태를 보이면 전국과 다른 판단을 하게 된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19일 대선에서 문 전 후보는 광주에서 92.0%, 전남에선 89.3%, 전북에선 86.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 지사는 “이 지역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정말 오랫동안 지지해준, 값어치 있는 분이라면 호남인들이 압도적 지지를 했어도, 다른 지역과 다른 판단을 했어도 그럴만하다고 얘기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호남인 스스로 정치를 잘못했다고 평가한 세력에 대해 몰표를 준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발전 측면에서도 좋은 투표행위가 아니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선 “약속을 잘 지키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고,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와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박 당선인 지지에 대해선 “존경하는 분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 초대 호남총리로 박 지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민주당 광주시당·전남도당·전북도당은 합동논평을 내고 “국가와 민족, 지역의 앞날을 위해 고뇌하고 선택한 호남인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뒤통수를 친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 당 소속 단체장이란 분이 호남의 선택을 잘못이라고 규정하며 몰아붙일 수 있는지 믿을 수 없다. 호남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데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지사의 한 측근은 “안 될 사람을 당이 선택해 놨는데도, 호남이 어쩔 수 없이 문 전 후보를 압도적으로 밀어준 현실이 안타까워 그렇게 얘기한 것일 뿐”이라 고 해명했다. 박 지사가 호남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총리 되려고 그런 발언을 하는 어리석은 인물이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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