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UAE 환자, 더 유치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권태균
주아랍에미리트 대사

최근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환자가 부쩍 늘었다. 2010년에 8만 명이라고 하더니 2011년에는 12만 명이 넘었다. 러시아와 몽골·중국 등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의 환자들이 대부분인데, 최근에는 중동지역의 환자가 빠르게 늘어 2010년 950명, 지난해 1800명을 기록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는 자국 국민을 대상으로 장기이식·심장수술 등 고치기 힘든 병을 치료하기 위해 국가 예산으로 해외 치료를 보내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 숫자가 연간 6000~7000명에 이른다. 대상 국가는 독일·영국·싱가포르 등 의료 선진국과 서비스가 좋은 태국으로 한정돼 있다. 한국은 1년 동안의 끈질긴 협의와 설득 끝에 2011년 UAE와 보건협력 약정을 체결했고 이를 바탕으로 그해 12월 환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의뢰받은 환자가 100명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좀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우리를 알리는 노력이다. 최근 양국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지만 UAE 사람에게 한국은 아직도 미지의 나라, 먼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비행 거리로 8시간여에 불과하지만 심리적으로 느끼는 거리는 그 배가 넘는다.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 한국 상품의 품질이 선진국을 넘어 세계 수위를 다투고 있는 것은 UAE 국민이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환자와 그 가족들이 여행하기에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하며 믿을 만한 나라인지에 대한 확신은 아직도 부족하다. 한 번이라도 한국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지만 이것이 입소문으로 UAE 사람들에게 인식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는 현지 언론과의 협력, 의료 관광화하기 위한 복합상품의 개발, 우리의 의료 수준과 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등 관계기관과 의료계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우리의 문화적 수용성을 키우는 일이다. 중동에서 가장 개방된 UAE 국민은 대부분 영어를 잘하지만 자신의 아픈 부분을 정확하게 의사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능숙한 아랍어 통역이 필요하다. 통역 서비스가 원활하게 지원돼야 하는 것이다. 생소한 나라인 한국을 치료지로 선택한 사람에게 도착해서 떠날 때까지 전 기간에 걸쳐 친절하고 상세한 안내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교통수단 제공은 필수다. 또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먹는 음식과 기도실 여부가 여행지를 결정할 때 아주 중요한 요소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기도할 수 있는 공간과 ‘할랄’이라는 특수한 방식으로 요리한 음식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아랍 사람들은 한 가족이 함께 여행하는 것이 관행으로 돼 있다. 환자가 치료받을 때 다른 가족들이 쇼핑센터나 놀이공원에 갈 수 있도록 복합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셋째, 환자 유치(inbound)뿐만 아니라 우리 병원의 현지 진출(outbound)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UAE는 그동안 구미 선진국의 병원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부분적인 성공에 그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유명 병원이 진출했지만 의료진의 구성과 의료의 질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의료 수준이 높으면서도 파견의사 비중도 높일 수 있는 한국 병원의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적절한 파트너 선정 등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나름 중동의 의료 허브를 꿈꾸는 UAE에서 우리 의료산업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UAE와 우리나라의 관계는 원전 수출과 유전 개발 등을 계기로 최근 전략적 동반자로 발전하고 있다. 와중에 의료 협력은 양국 국민·비즈니스의 접촉면을 더욱 넓히는 중요한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