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한발 앞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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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 선수 소개 때 낯선 분위기가 느껴졌다.마치 두산이 정규시즌 1위고 삼성이 3위 같았다.두산 선수들이 파이팅 넘치는 동작으로 의욕을 보인 반면 삼성 선수들은 마지못해 경기에 나서는 것 처럼 어딘가 의욕이 없게 느껴졌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자 그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두산은 1등처럼 싸웠고 삼성이 3등처럼 싸웠다.자신만만하게 상대를 공략해나가는 두산이 몸을 움츠리고 뒤로 물러나는 삼성을 적극적으로 몰아부쳤다.삼성은 패색이 짙어진 경기 후반에야 마음을 비운듯 집중력을 발휘,1위팀의 자존심을 지키며 4차전 이후의 반전을 마련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삼성을 11-9으로 꺾고 2승1패로 앞서나갔다.두산은 24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진필중의 마무리 호투와 짜임새 있는 공격력을 앞세워 삼성을 제압,1패뒤 2연승으로 상승세를 탔다.

두산 타선의 응집력은 0-1로 뒤지던 2회말 선두 타자 심재학이 볼넷을 골라 나가면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무사 1루에서 김동주·안경현·홍성흔이 3연속 안타를 터뜨려 손쉽게 2-1로 전세를 뒤집었고 계속된 무사 1,3루에서 이도형의 희생 플라이로 3-1로 달아났다.

두산의 거포 우즈는 3회말 자신의 5호째 한국시리즈 홈런을 터뜨려 개인 최다 한국시리즈 홈런(종전4개)을 세우며 두산에 4-1의 리드를 안겼다.

삼성은 1-4로 뒤지던 4회초 마해영이 솔로 홈런을 터뜨려 2-4로 따라붙은 뒤 1사 1,2루의 동점 기회를 만들었으나 김종훈·김태균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실패했다.

삼성이 반격의 기회를 놓치자 두산은 6회말 봇물터지듯 팀 타선을 폭발시켜 한 순간에 승부를 끝냈다.두산은 6회말 선두 홍원기의 볼넷을 시작으로 5안타와 볼넷 두개,상대 실책 하나를 묶어 대거 7득점,11-2로 점수차를 벌렸다.두산의 6회말 7득점은 한국시리즈 1이닝 최다 득점 타이 기록이다.

삼성은 2-11로 크게 뒤지던 7회초 2사후에만 7안타와 볼넷 한개를 집중시켜 6점을 따라붙었으나 두산 마운드의 마지막 카드 진필중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진필중은 11-8로 쫓긴 7회말 2사후 마운드에 올라 2와3분의1이닝을 2안타 1실점으로 막아 팀 승리를 지켰다.

두 팀은 25일 오후 6시 갈베스(삼성)와 콜(두산)을 선발로 내세워 4차전을 벌인다.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2패로 뒤지던 팀이 승부를 뒤집은 적이 딱 한번 있었다.1993년 김응룡 감독이 이끈 해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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