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에 전행장 스톡옵션 "합당한 실적 못내 포기"

중앙일보

입력

윌프레드 호리에 제일은행장이 스톡옵션 (주식매입선택권)을 포기한 까닭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003년부터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으로 2백억원 규모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호리에 행장이 중도 퇴진한 데 이어 스톡옵션까지 포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스톡옵션이란 주주들이 경영진에게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회사 주식을 일정한 가격(행사가격)에 매입할 권리를 주는 것이다.

정해진 기간까지 경영을 잘해 회사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오르면 경영진은 그 차액 만큼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주가가 낮으면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되므로 손해는 없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 캐피털도 지난 해 3월 호리에 행장 등 경영진에게 5백27만주의 스톡옵션을 줬다.이중 4백12만여주가 호리에 행장 몫.

당시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가격은 주당 5천76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행사가격이 너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제일은행의 부실채권을 공적자금으로 메워줬기 때문에 앞으로 이익을 낼게 뻔한데, 액면가에 가까운 금액을 행사가격으로 정하면 경영진은 별다른 노력없이도 막대한 이득을 챙기게 된다는 비판였다. 결국 금감원이 나서 최근 행사가격을 9천8백34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호리에 행장은 이마저도 포기했다.

규정만 놓고 보면 스톡옵션을 받겠다고 고집할 수도 있었다. 재임 기간이 2년을 넘어야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자진 사퇴 등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는 재임기간에 비례하는 스톡옵션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제일은행 관계자는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경영자가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것은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리에 행장은 23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스톡옵션을 받을 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포기한다"고 말했다.호리에 행장이 뉴브리지와 약속한 실적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중도에 물러났고, 따라서 스톡옵션도 포기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풋백옵션 때문에 부실자산이 거의 없는 만큼 재상장할 때 제일은행 주가는 2만원이 넘을 것"이라며 "중대한 경영 잘못도 없이 최소 2백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차익을 포기한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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