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성공하려면] 주례 라디오연설 우리도 도입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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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영국의 대처 전 총리,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 이들의 공통점은 국민 설득을 잘 했다는 데 있다.

리콴유는 몇시간이고 의원들과 토론했다. 레이건은 뛰어난 설득자였다. 대처는 명 연설가였다. 우리는 대통령이 예민한 것은 피하고 장관들에게 미룬다. 이래서는 국정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없다.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직접 나서야 한다. 여소야대건 아니건 마찬가지다. 그러기 위해선 당리당략적인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요 이슈가 있을 때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가서 연설을 통해 자신의 비전과 정부의 구상을 밝히고 설득하며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시정연설.예산안 제출 때는 반드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미국 대통령들이 행하는 주례 라디오 연설을 우리도 적극 활용하기를 권한다. 새 대통령이 매주 주요 현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힌다면 수많은 국민들이 귀를 기울일 것이다. 인터넷만이 만능이 아니다. 국민과의 대화에도 적극 나서야 하지만, 그 방식은 '각본 대로'가 아닌 쌍방향식이 돼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몇차례 국민과의 대화에 나섰다. 그러나 사전에 골격이 정해져 진정으로 자유로운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선 국회와의 원만한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야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싸우고 앉았는데 국민 설득이 될 리가 없다. 대통령은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국회와 대화해야 한다.

집권당의 총재로 국회를 좌우하겠다고도, 공천권을 갖고 의원들을 장악하겠다고도 아예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처럼 말 한마디로 집권당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대통령의 연설문에 특히 신경쓰기를 바란다. 대통령의 연설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호소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나라 대통령의 연설문은 대개 거창하고 추상적이지만 무미건조하고 구체적이지 못하다.

막상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나면 그 일을 다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 뒤로는 별로 안 챙긴다. 대통령의 말은 실천돼야 생명력을 얻는다. 구체적 정책 뒷받침없이 연설부터 나오고, 연설이 뒤에 정책이 되는 식은 곤란하다. 연설이 신뢰를 얻으려면 언행이 일치해야 한다. 외환위기 때 YS에게는 행동은 없고 말만 있었다.

이래선 국민들이 신뢰와 지지를 보낼 수 없다. 문제를 진솔하게 털어놓고 진정으로 걱정하며 거짓말하지 말아야 설득력이 있다. 중요한 이슈는 집권기간 5년 내내 되풀이해 강조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 대통령들의 연설문에는 별 내용이 없다. 쉬운 말로 쓴 명 연설문이 없다.

대통령은 연설을 할 때 특히 원칙을 지키고 애국심에 호소해야 한다. 과거 정부를 비판하고 내부의 적을 만드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YS는 극단적인 표현을 자주 쓰면서 많은 사람을 공격했다.

그러나 외국 지도자들은 다른 사람들을 계속 칭찬한다. 리더는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납득시키는 것이 먼저다.

요컨대 대통령은 직접 나서되 공격하지 말고, 적을 만들지 말고, 국민에게 피와 땀을 요구해야 한다.

<토론 참석자>

이종률 전 정무장관

양수길 전 OECD 대사

김충남 하와이대 객원연구위원

함성득 고려대 교수

사회=강경식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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