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피러 회장은] 법학박사 출신 CE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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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하인리히 폰 피러(63)회장은 1941년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의 에어랑겐에서 직업군인(장교)의 아들로 태어났다. 피러 회장의 할아버지 역시 군 장교 출신으로 1900년 오스트리아 왕실서 작위를 받았다. 이 때부터 피러가(家)는 귀족가문이 됐다.

피러 회장은 고향의 에어랑겐대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68년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이듬해 경제학 석사학위도 받은 그는 69년 지멘스사 법률팀에 입사했다. 후일 지멘스 감사이사회 의장이 된 헤리발트 네르거 밑에서 경영 전반에 관해 수업을 받았다.

77년 지멘스의 발전설비(KWU)부문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여러 부서를 거쳐 대형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그룹의 에너지사업 분야의 전문경영인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90년 그룹 경영이사회의 등기이사가 됐다. 피러 회장은 당시 대외관계에서 매끄러운 외교적인 수완을 과시해 그룹 집행부의 신임이 두터웠다.

피러 회장은 92년 비엔지니어 출신으론 드물게 지멘스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에 발탁됐다. 그룹 총수가 된 뒤 그는 '톱(TOP)지멘스'라는 구호를 내세워 회사의 생산성 향상과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이끌어 오고 있다.

피러 회장은 바이에른을 기반으로 한 기독사회당(CSU)의 당원이다. 72년부터 90년까지 고향인 에어랑겐의 시의회에서 활동했다. 70년 초에는 연방의회 진출을 노렸지만 선거에서 근소한 표차이로 낙선했다.

그 뒤 기독민주당(CDU)의 헬무트 콜 전총리의 측근으로 오랜 기간 경제자문역을 맡아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때문에 현 집권당인 사민당(SPD)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정권과는 다소 관계가 껄끄럽다는 평을 받고 있다.

피러 회장은 현재 독일 재계의 아시아.태평양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폴크스바겐(VW), 바이어(Bayer) 등 4개 상장사의 감사이사회 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여가 시간에 그리스.로마시대의 역사책을 즐겨 읽으며 테니스와 스키타기를 즐긴다. 슬하에 세명의 장성한 자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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