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있는 노년에 대한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60세 이상의 소비는 외환위기 수준으로 줄었다. 재산의 거의 전부인 집값이 하락하면서 지갑을 선뜻 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50대 베이비부머(1955~63년생)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자영업 내 노년층 경쟁은 격화됐다. 노후 불안 사회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 셈이다.
25일 통계청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의 3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69.4%에 불과했다. 외환위기 때인 97년 3분기(66.7%) 이후 최저다. 평균 소비성향이란 쓸 수 있는 돈(처분 가능 소득) 중 실제로 쓴 돈의 비율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낮은 것은 그만큼 허리띠 졸라매고 산다는 얘기다. 90년 대비 올 3분기 60세 이상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3.5배(66만원→236만원) 늘었는데 소비 증가는 2.5배(66만원→164만원)에 그쳤다.
이유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3월 기준)에 따르면 한국 가계 자산의 69.9%는 부동산이다. 특히 가구주 나이가 60세 이상인 가구는 이 비중이 81%에 달했다. 50대는 76.8%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령층 소비 감소는 자산가치는 하락하고 가계부채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은퇴는 이를 악화시킨다. 은퇴한 가구 10집 중 6집(61.2%)은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여유 있다는 답은 7%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고 은퇴한 근로자가 뛰어드는 곳이 자영업이다. 그러나 자영업 상황도 여의치 않다.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8월 기준)는 143만8000명에 이른다. 1년 새 5.5% 늘었다. 게다가 이들의 90%(129만 명)는 종업원이 한 명도 없는 ‘나 홀로 자영업’이다. 내수가 나빠지면 이런 영세업자부터 위기에 몰리게 된다. 노년층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계는 너나 할 것 없이 노후 준비에 나서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전체 세대 금융자산 투자의 절반(54.4%) 이상이 노후 준비 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5.6%포인트 증가했다. 불안에서 비롯된 투자이다 보니 수익성(12.2%)보다 안정성(75.9%) 위주의 투자를 선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