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외팔이 선수 허희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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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은 없지만 창을 들면 자신감이 생기고 당당합니다. "

지난 6월 잠실에서 열린 제55회 전국육상선수권대회 남자 창던지기에 출전, 4위를 차지했던 허희선 (20.경성대) 이 부산대표로 13일 천안종합운동장에 섰다.

"창끝에 한국신기록 갱신의 꿈을 실어 던진다" 는 말로 자신의 포부를 대신한 허선수는 이날 65m42의 기록으로 최하위에 랭크됐지만 얼굴엔 가득 미소를 품었다.

허선수는 원래 오른손잡이였다. 세살때 형과 장난을 하다 여물을 써는 작두에 손목이 잘린 후부터 왼손잡이 삶이 시작됐다.

1999년 진주고 시절에 제28회 전국종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공식 전국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그는 지난해 제55회 전국남여대학육상선수권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신체적인 장애 탓에 어려움도 많았다. 팔 힘을 기르기 위해 바벨을 들때는 수건으로 잘린 손을 대신해야했다. 장애인이란 이유로 대학진학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황선건 감독이 허선수의 정신력을 높이 사 경성대로 끌어들였고 그의 꿈인 한국신기록을 깨기 위한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주위에선 오른팔이 짧아 균형잡기도 힘들고 자칫 부상의 위험에까지 노출돼 있다고 우려하지만 허선수는 창을 놓지 않는다.

황감독 역시 "훈련 과정에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어려움이 많지만 창을 잡은 모습은 그 누구보다 아름답다" 고 말했다.

허선수의 최고 기록은 68m25로 그의 꿈인 한국기록 (79m84) 엔 턱없다.

하지만 오늘도 그의 창끝은 꿈을 싣고 가을 하늘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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