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재소자 단식투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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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신설 교도소로의 이감에 반대하는 터키 재소자들의 단식투쟁이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4백71일간 단식해온 20대 정치범이 지난 11일 아사(餓死)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터키 수감자 연대 단체인 '오즈구르 타야드'는 12일 "설탕물과 비타민만으로 연명하며 단식투쟁에 동참해온 정치범 오슬렘 투르크(27)가 11일 숨졌다"며 "이로써 단식투쟁의 희생자는 모두 64명으로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2000년 10월부터 터키 전국 29개 교도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죽음의 단식투쟁'은 터키 교정당국이 기존 감방에서 좌익 정치범들을 선별, 1~3인용 감방으로 구성된 새 교도소로 이감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교정당국은 "재소자들을 선동해 폭동을 일으키는 정치범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정치범.인권단체들은 "고문이 일상화한 터키의 교도소에서 좌익 정치범들이 격리 수용되면 교도관의 폭력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8백여명에 이르는 정치범들과 가족, 동조 세력들이 병원치료도 거부한 채 단식농성을 지속하고 있으나 정부측은 "이감 문제는 타협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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