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내가 PO 해결사" 兩심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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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는 닮은꼴이다.

심재학(29.두산)과 심정수(26.현대)는 성도 같고 강한 어깨를 필요로 하는 우익수에다 팀 타선의 핵,4번 타자다.

둘은 올해 초 눈물로 시작했다. 맞트레이드의 상대로 지목돼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지난 2월 선수협의회 파동으로 심정수가 징계성 트레이드로 현대로 옮기자 심재학이 유탄을 맞아 두산으로 보금자리를 바꾸며 두 선수 모두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그러나 남은 것은 생존경쟁이었고 두 선수는 팀 타선의 핵으로 거듭났다.

이제 두 선수는 12일부터 5전3선승제로 열리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지난해와는 바뀐 더그아웃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 심재학

지난해 챔피언에서 도전자로 변신한 심재학은 프로 데뷔 7년 만에 최고의 타자로 변신했다.

시즌 초 '밑지는 장사'라는 주위의 시선을 불식시키듯 찬스 때마다 한방을 터뜨려 팀의 주축 타자로 일어섰다. 심재학은 정규시즌 타율 0.344로 2위를 차지, 힘있는 좌타자가 절실했던 두산 타선의 꽃이 되었다.

특히 득점권 타율이 0.400으로 타격 20걸 가운데 최고로 찬스에 강해 '해결사'라는 칭호도 얻었다. 지난 겨울캠프에서 바깥쪽 공 밀어치기 능력을 갈고닦은 것이 변신의 원인이다. 여기에 선수의 능력을 충분히 믿고 기용하는 김인식 두산 감독의 스타일 또한 심재학이 맘 편히 야구를 하게 된 또다른 이유다.

◇ 심정수

심정수 또한 초반 부진을 딛고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현대의 중심 타선에 우뚝 섰다. 시즌 중반 롯데 강민영의 투구에 얼굴을 맞아 두달여 병원신세를 지는 불운도 겪었으나 특유의 근성과 성실함으로 슬럼프에서 빠져 나왔다. 비록 지난해 타율 0.304에는 못 미쳐도 시즌타율을 0.294로 마감하는 막판 투지를 불태웠다. 특히 자신을 버린 두산전에 유달리 강해 홈런 다섯개를 뽑아내는 등 설움을 풀었다.

◇ 전망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과 현대는 7차전까지 가는 치열한 다툼 끝에 현대가 정상을 차지했다.

두산이 상.하위 타선이 모두 한방을 갖춘 파워의 팀이라면 현대는 퀸란-박진만-박종호로 이어지는 수비가 뛰어난 조직력의 팀이다. 여기에 라이벌 심-심 대결에서 누가 많이, 멀리 쏘아올리느냐가 한국시리즈 승차권을 움켜쥐는 관건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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