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장인남 대주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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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8년간 교황청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제 자신이 한국인, 한국 교회의 아들임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에 교황대사로 임명된 것도 한국인으로 세계 무대에서 세계 교회를 위해 일해달라는 주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교황대사(방글라데시 주재)에 임명된 장인남(54) 대주교. 바티칸에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13일 오후 귀국한 장대주교는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이 기자회견장에는 함께 바티칸을 다녀온 서울대교구의 정진석 대주교도 함께 했다.

장대주교가 근무하게 될 방글라데시는 인구 1억2천6백여만명 중 90% 이상이 이슬람교도다. 가톨릭 신자는 전체 인구의 0.2%인 26만명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장대주교는 1991년부터 4년간 이슬람권 국가인 시리아 주재 교황대사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이슬람 주민들의 정서에 친숙하다.

"방글라데시가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적으로 전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방글라데시로 부임하면 이슬람과 기독교 간 대화에 주력하고 신앙뿐 아니라 교육.의료.사회복지 등 간접 선교에도 큰 비중을 둘 계획입니다."

장대주교는 한반도의 긴장 상황과 관련, "교황께서는 최근의 북한문제 같은 갈등과 분쟁을 무력으로 해결하는데 원칙적으로 반대하며 대화를 통해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소망을 품고 계신다"고 전했다.

장대주교는 85년 5월부터 엘살바도르.에티오피아.시리아.프랑스.그리스 등지를 돌며 교황청 외교관으로 일해왔다. 청주 태생인 그는 76년 청주교구에서 사제 서품을, 지난 6일에는 대주교 서품을 받았다.

영어.이탈리아어.독어 등 7개 국어에 능통하다. 장대주교는15일 청주교구 내덕2동 성당에서 열리는 대주교 서품 축하미사와 19일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감사미사를 봉헌한 뒤 이달 말께 방글라데시로 떠나 교황대사직을 수행할 계획이다. 교황대사는 주재국의 가톨릭교회를 감독하는 자리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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