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경제교육] 최금주 화이버텍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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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함경도 출신인 아버님은 모든 일에 근검절약을 실천하셨다. 내 것뿐만 아니라 남의 물건도 함부로 쓰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 가족은 절약이 몸에 배었다. 초등학생 시절 학교에 가는 도중에 어떤 집 마당에 수돗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그 집에 들어가 고사리 손으로 수돗꼭지를 잠근 뒤 학교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남의 집이지만 수도물이 넘치는 것을 그냥 보고 지나칠 수는 없었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는데 비싼 호텔비에 놀라 깨끗한 여관으로 숙소를 바꿨다. 택시를 대절하려다 그것도 비싸서 12인승 마이크로 버스를 타고 용두암과 만장굴 등을 돌아다니며 관광을 했다.

신혼여행지인 제주도는 물론 부산과 대구를 거쳐 돌아오면서 남편의 거래처를 찾아가 수금도 했다. 관광도 하고 수금도 하고…. 이렇게 신혼여행 비용을 아껴 우리는 14인치 컬러 TV를 장만했다.

신혼 살림을 차린 뒤 남편이 월급을 받아 오면 우선 절반을 뚝 잘라 저축한 뒤 나머지로 한달 계획을 세웠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다 쓴 공책과 연필을 가져오지 않으면 새 것을 주지 않았다.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잃어버리면 학교에 되돌아가 찾아오도록 했다. 아이들이 원망도 했겠지만 나는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나름대로 터득한 돈 모으는 방법을 수시로 강조했다. '7천원이 있으면 2천원을 쓴 뒤 5천원을 남기지 말고, 3천원을 더해 1만원을 만들어라. 그 돈이 밑거름이 되어 단위가 높아질 때 저축하는 재미를 느낀다'고.

1981년부터 20년 넘게 주방용 식기를 만드는 제조업체를 운영해오면서 여러 차례 어려운 고비가 있었다. 그 때마다 아버님의 솔선수범을 보고 배운 절약과 저축하는 습관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물론 절약하면서도 반드시 써야 할 곳이라고 판단하면 인색하지 않게 투자한다. 그래야 사업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고 부채 경영을 하지 않은 점도 모두 아버님의 살아 있는 가르침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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