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저…바람이 불어오는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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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저자가 『해외를 여행한다는 것은 뜻밖에도, 한국 그것을 여행하는 것임을 나는 알았다』고 그 자신의 후기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어느 의미에선 서양의 탐색인 것이 아니라 한국의 탐색인 것이기도 하다. 이보다 앞서 기록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이것이 한국이다―를 저술하여 한국의 정신과 생활의 아픔, 비합리성들을 해부해냈던 저자가 이 책에서도 보이고 있는 근원적인 자세는 한국을 어떻게 하면 살찌게 하느냐 하는 경건성이다. 서양문명과 그 바람의 의미에다 최초로 한국의 「톱」 지성으로 되는 탐조등을 비추어 본 이 책―『편견 없이 서양을 보려고』 애썼으되 우리자신의 반성을 위해 쓰여진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의 한국 지성의 갈구에 맑은 샘물을 보태어준다.
따라서 「이민족의 언어를 듣고 모국어를 이해」하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한국의 초가삼간의 의미를 찾았던』 저자의 서양여로는 차라리 가열한 자편의 수행과도 같았을지 모른다. 물론 그랬었을 것이기 때문에 『재래종의 노새와 서양종 호마라는 두 필의 말의 맞지 않는 「템포」의 걸음』을 『맞는 걸음으로 달리도록 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절규하고 있는 이 책은 무엇보다도 우리자신을 위한 책인 것이다.
경의와 경이로써 이 노작을 받아들이게 되며 감히 필독을 권하는 소이가 여기 있다.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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