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보이콧 사태 타결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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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프로야구의 주인은 팬이었다.

용병 보유 한도를 놓고 서로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며 파국으로 치닫던 선수협의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준플레이오프 개막 전날 극적인 합의에 이른 것은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팬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이었다.

프로야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포스트시즌은 `가을 축제'라고 불릴만큼 모든 야구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최고의 이벤트다.

이러한 포스트시즌이기에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팽팽하게 맞서던 양측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야한다는 대의에 합의할 수 있었고 결국 한걸음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았다.

만약 준플레이오를 예정대로 치르지 못했다면 오랜만에 열기가 살아난 프로야구에 치명적인 타격이었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선수협과 KBO 양측에 앞으로 고민해야 할 많은 과제를 남겼다.

선수협이 이날 보이콧을 철회하면서 "가을축제를 기다려온 야구팬들의 열화와같은 성원을 더 이상 저버릴 수 없었다"고 밝혔듯 지난 4일 대의원총회를 통해 내린`포스트시즌 보이콧'이라는 결정은 팬들을 무시하는 극단적인 선택이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선수협이 좀 더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성숙한 협상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BO와 8개 구단 사장단도 단장회의에서조차 합의된 용병 축소를 무시하고 현행제도 유지를 강행해 이번 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선수협과 KBO는 유일한 공식적 대화 창구인 선수관계위원회를 보다 활성화해 서로를 이해할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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