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옥 저-「사랑의 지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캐나다」에서 신학을 전공중인 서른 다섯살의 신부 고종옥씨가 「사랑의 기도」라는 소설을 썼다. 이미 자문에 밝혀있는 바와 같이 고 신부는 6·25 동란 시에 8년간이나 군무에 종사하면서 두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그 후에 깨달은 바 있어 신부가 된 분이다. 「사랑의 지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소설과는 달라서 저자가 「숙」이라는 이성에 대한 정신적인 사랑을 기록한 일종의 자서전적인 고백서다.
그러므로 소설적인 굴곡이 거의 없는 것이 이 작품의 결점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으나, 젊은 이성간의 맑게 승화된 애정관과 눈에 보이지 않는 신에의 지향 등으로 독자를 고차적인 신의 세계로 인도해 주는 유인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색이라 하겠다. 「신도 아니고 악마도 아닌 중간적인 존재」가 인간인 까닭에 항상 참된 사랑을 동경하면서도 어느 한편에서는 속된 애정에 빠져 들어가기 쉬운 인간의 모습을 저자는 냉철하도록 담담하게 그렸다. 「사랑의 지도」는 그런 뜻에서 특징 있는 작품인 것이다. <정비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