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상황 땐 집주인 허락 없이 경찰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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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범죄로 사람의 생명·신체에 상당한 위험이 발생했다고 판단되면 집주인이 거부해도 경찰이 강제 진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의 ‘위급상황 시 가택 출입·확인 경찰활동 지침’을 일선에 배포해 시행에 들어갔다고 16일 밝혔다. 이 지침은 범죄로 인명이나 재산상 피해가 우려될 경우 경찰이 타인의 건물에 강제로 진입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또 경찰이 현장을 확인하는 도중 범죄가 진행 중이거나 범죄 흔적을 발견하면 영장 없이 압수수색 등 강제 조사도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건물주가 거부하면 현행범이 아닌 한 경찰이 강제로 들어가 조사할 수 없었다. 지난 4월 발생한 수원 부녀자 살인사건(일명 오원춘 사건) 등을 경찰이 막지 못한 것도 이런 법적인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경찰은 다만 가택 진입 시 동의를 먼저 구하고 ▶용의자가 무기를 소지하고 있거나 ▶용의자가 현장에 있다고 믿을 만한 강한 근거가 있는 경우 등으로 진입 요건을 한정했다. 112신고를 받은 경우나 가정폭력 범죄 신고를 받은 경우 명백한 허위신고가 아닐 경우 강제 진입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강제 진입 중 영장 없는 압수수색이나 피의자 수사도 가능하다고 적시해 인권침해 논란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인권을 보호하는 최대한의 안전장치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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