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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보조금 규제, 차라리 폐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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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창우
경제부문 기자

지난 주말부터 인터넷에는 ‘최신 스마트폰 반짝 특가’가 올라오곤 한다. 출고가 81만4000원인 아이폰5(16기가바이트 모델)를 할부원금 40만원대에 판다는 내용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를 의식해서인지 판매점들은 공식 판매가격은 60만원 이상으로 표시하고 20여만원을 현금으로 돌려주거나, 신원을 확인하고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가입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특별조건’을 알려주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보조금 문제는 올 9월 출고가 99만원짜리 갤럭시S3가 할부원금 17만원에 풀리면서 불거졌다. 일부 고객이 “먼저 산 사람만 손해를 봤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이동통신업체들이 상한선인 27만원을 넘는 보조금을 줬다고 판단하고 내년 1월 중 3주 안팎의 영업정지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이 때문에 수그러들었던 물밑 보조금 전쟁이 아이폰5 출시를 계기로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다.

 방통위의 보조금 규제 이유는 ‘이용자 차별 금지’다.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면 일부 사용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뿐, 늘어나는 영업비용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가격 규제 정책이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금도 증권업계에서는 매월 일정액을 거래하면 스마트폰 할부금 1만~2만원을 대신 내주는 이벤트를 한다. 일부 통신 대리점에서는 단말기 판매이익을 포기하고 가격을 낮춰 판다. 고객을 유치하면 통신료의 일부를 돌려받는 데다 1000명, 5000명 등 일정 기준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면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할인 판매는 일부 유통채널의 자체 행사일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인 셈이다. 방통위도 단속으로 해결이 어렵다면 이참에 보조금 제한을 폐지하고 투명하게 가격을 공개하는 쪽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 새벽에 잠깐 뜨는 ‘반짝 특가’를 찾아 인터넷을 헤매는 소비자만 싼값에 살 수 있는 현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정한 시장이 아닌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