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사장단 '증시대책' 회의 안팎]

중앙일보

입력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업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사장단회의는 불과 20분만에 끝났다.

증협의 오호수회장을 비롯한 간부진들이 간단한 인사말과 `준비해온' 자료를 설명하고는 정작 참석주체인 사장단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워낙 모임의 취지가 분명하기도 했지만 증시주변에서는 정부의 주도로 추진되는 잇단 증시대책이 `과연 효과를 발휘할 수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우회적으로 나타낸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몇차례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자율결의'했던 내용들이 과연 효력을 발휘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그 근저에는 업계 스스로가 아닌 정부의 `권유(또는 압력)'에 의해 추진된 일들이 시장논리에 역행하는게 아니냐는 물음이 깔려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매수우위' 약속을 지키는지 증협이 나서서 매일 매매자료 보고를 받는 유치한 일을 반복한다고 침체된 증시가 살아나겠느냐"면서 "정부가 뭐를 하라고 하면 난리를 피워야 하는 상황이 아직도 재연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이런 비판은 이날 다시 결의된 `주식 1인1통장 갖기운동' 등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주가폭락을 막기 위해 애국심에 호소하자는게 근본취지인데 과연 시장에서 이런 논리가 적용되겠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주가가 추가하락할 경우 애국심을 발휘한 투자자들만 손해보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수반된다.

업계관계자들은 "정부가 비상조치를 취해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시장의 규모가 이미 너무 커진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면서 "시장은 펀더멘탈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장기적인 계획으로 시장여건을 개선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증시대책의 요체가 돼야한다"고 입을 모았다.(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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