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기띄우기 효과 의문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내년에 1백조원이 넘는 세금을 거둬들인다.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세법을 고치기로 했음에도 내년에 거둘 세금은 올해 세수(稅收)전망보다 7조2천억원(7.5%)이 많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봉급생활자의 세 부담은 줄어든다" 면서 "신용카드 사용확대 등으로 세원이 넓어지고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세금 징수액이 늘어나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실질 경제성장률 5%, 소비자물가 상승률 3%, 수출 1천8백30억달러, 수입 1천7백60억달러로 잡았는데 너무 낙관적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내년 예산안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기를 자극할 만한 부분이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항목이 정해진 경직성 경비의 비중이 크고, 사회간접자본(SOC)투자는 지난해보다 6% 정도 늘어나는데 그쳐 경기진작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 어디서 얼마 거두나=내년에 거둘 소득세는 20조2천4백억원으로 올해보다 2조4백억원(11.3%)이 많다. 부가가치세는 4조5천억원(16.4%)이 많은 32조2백억원, 특별소비세는 4조3천2백억원으로 7천6백억원(21.3%)이 늘어난다.

반면 법인세는 16조2천8백억원으로 올해보다 8백85억원(0.5%) 느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도 어려운 판에 상대적으로 중간 간부 이상 봉급생활자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 등으로 세금 징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올해 신용카드 사용으로 늘어나는 세수가 7천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생각대로 될지 두고봐야 한다.

지난해 세금 징수에서 효자노릇을 한 증권거래세를 늘려잡은 것도 눈길을 끈다. 정부는 내년에 증권거래세가 올해보다 30% 많은 2조3천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세금을 거둘 경우 내년도 세입 예산은 올해보다 7.5%가 늘어나기 때문에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8%)를 밑돌아 조세부담률은 올해보다 0.1%포인트 가량 떨어진 21.9%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경기부양 효과 미지수=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은 "내년 예산안이 경기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재정의 건전화도 꾀하는 것을 겨냥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SOC 투자규모를 15조원으로 늘렸고, 내년도 적자분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2조1천억원 발행하지만 2003년 균형재정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 안에 2차 추경예산을 편성하거나 국회에서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예산을 늘릴 경우 균형재정 달성시기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해마다 늘어나는 경직성 경비도 문제다. 내년 예산에서 ▶공적자금 및 국채 이자 10조원▶인건비 20조원▶지방재정교부금 27조원 등 경직성 경비의 비중이 날로 늘어나 예산 운용에 제약을 주고 있다.

이효준.송상훈 기자 ju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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