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돋보기] 중앙은행은 어떤일을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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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친구들은 돈을 자세히 본 적 있나요?

우리나라 모든 돈에는 한국은행권(동전에는 한국은행)이란 표시가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돈은 한국은행에서만 만들기 때문이죠. 실제로 돈을 만드는 공장은 조폐공사지만 한국은행이 조폐공사에 돈을 만들도록 주문한답니다.

이렇게 한 나라의 돈을 만드는 곳을 중앙은행이라고 해요. 한국은행(BOK)이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이고, 미국의 중앙은행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란 곳이죠. 앨런 그린스펀이란 이름 들어봤죠□ 바로 FRB 의장입니다. 영국에서는 영란은행(BOE), 일본에서는 일본은행(BOJ)이 중앙은행입니다.

틴틴 여러분이 한국은행에 가서 돈을 예금할 수 있을까요□ 안됩니다. 한국은행은 보통 은행과 다른 중앙은행이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이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게 돈의 양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한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물건은 한정돼 있는데 돈이 너무 많아지면 물건 값이 비싸지고, 반대로 너무 적으면 물건 값은 싸진답니다. '수요공급의 법칙' 이죠. 돈이 적어 물건 값이 싸지면 좋을 것같지만 국민들이 돈을 구하기 힘들어져 고통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돈의 양을 적정하게 조절해 물건 값을 안정시켜야 한답니다.

돈의 양을 조절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물가를 안정시킨다' 는 의미입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중앙은행의 최대 목표는 '물가 안정' 이고, 이를 위해서 중앙은행만 돈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하고 있답니다.

돈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는 금리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해요. 금리란 돈을 빌려쓰는 대가, 즉 돈의 값어치인데 돈이 상대적으로 많다면 금리가 떨어지고 반대의 경우에는 올라갑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현재 금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고 돈이 많이 또는 적게 풀렸는지를 판단합니다.

한국은행은 1997년까지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을 직접 조절했었는데, 그 뒤부터는 콜금리를 올리고 내림으로써 돈의 양을 간접적으로 조절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또 정부의 은행 역할을 합니다. 우선 정부의 외화 곳간을 관리합니다. 1997년말 우리의 외환보유액이 39억달러 밖에 안돼 다른 나라에서 일시에 빚을 갚으라고 요구할 경우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그 뒤 꾸준히 외환을 늘려 현재 보유액이 1천억달러를 넘었습니다. 중앙은행은 이를 외국 은행에 예금하거나 신용도가 높은 선진국 국채를 사들여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관리합니다.

이밖에 중앙은행은 은행의 은행 역할도 합니다. 일반 은행들로부터 예금을 받거나 대출을 해준다는 뜻이지요. 일반은행들은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예금을 받아 이 돈을 다시 대출해줍니다.

하지만 은행들은 예금을 받아 이를 모두 대출해 줄 수는 없습니다. 갑자기 예금주가 예금을 취소하겠다고 하면 곤란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은행들은 받은 예금중 일부를 의무적으로 중앙은행에 예치하고 있는데 이를 지급준비금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비상금이죠.

그런데 만약 예금을 취소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져 지급준비금으로도 모자랄 경우 중앙은행이 나서서 긴급 자금을 빌려줍니다.

은행이 파산하면 경제에 큰 혼란이 오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금융제도의 안전성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라는 의미에서 '최종 대부자' 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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