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26일 석유장관 회동…증산여부 관심

중앙일보

입력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6일(이하 현지시간) 빈에서 소집하는 회원국 석유장관 회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계획된 정례 회동이기는 하나 미 테러가 발생한 후 첫 소집되기 때문이다.

관심은 이번 회동에서 증산 결정이 내려질 것이냐는데 맞춰지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5달러 떨어지면 미국 기준으로 금리가 0.5%포인트 내려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잇따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아직은 이렇다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시점에 열린다는 점에서도 증산 여부가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친미 성향으로 OPEC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주도로 OPEC가 산유량을 하루 100만배럴 가량 늘리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계 석유 수요가 떨어지는 시점이기 때문에 OPEC가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기존 산유 쿼터를 유지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내다본다.

런던 소재 코메르츠방크의 석유산업 전문가인 데이비드 레가트는 "OPEC가 테러후유증으로 세계 경제가 압박받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증산을 결정하게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OPEC의 제스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증산이) 시기적으로 맞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가트는 "시장에서 이미 수요 향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시점에서 증산이 이뤄지면 가격 하락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 등이 OPEC 산유량을 하루 100만배럴 늘리는 쪽을 선호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GNI의 석유전문가인 로런스 이글스는 견해가 다르다. 그는 테러 직후 배럴당 30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가 지난주 26달러로 떨어졌음을 상기시키면서 "계절적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시점에 OPEC가 산유량을 늘린다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98년 아시아 위기때 OPEC가 증산했다가 유가를 10달러 이하로 떨어뜨리는 사태를 자초했음을 지적하면서 OPEC가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OPEC 석유장관들은 회담에 앞서 24일부터 빈에 모이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관례적으로 본회담에 앞선 개별 접촉에서 산유량에 대한 합의를 모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리 로드리게스 OPEC 사무총장은 OPEC 유가가 22-28달러대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으며 쿠웨이트도 "현재 석유 수급에 차질이 없는 것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석유장관 회동에서 산유량에 변화를 주지 않을것으로 관측하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OPEC내 친미-반미 회원국간 세력 싸움과 서방 석유 소비국들의 압력 정도에 따라 회담 결과가 영향받을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런던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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