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로 신종뇌물 오명 쓴 CB

중앙일보

입력

지엔지(G&G)그룹 회장 이용호씨 로비의혹사건과 관련, 검찰이 삼애인더스 해외 전환사채(CB)가 정.관계인사들에게 뇌물로 제공됐을 가능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힘에 따라 `신종뇌물'로 인식되고 있는 CB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유창종 대검중수부장은 20일 "이씨가 지난해 10월 계열사인 삼애인더스의 해외전환사채 900만달러를 발행한 뒤 이 전환사채의 대부분을 자신과 주변사람들의 시세차익을 챙기는데 활용한 사실이 확인돼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주변에서는 이씨가 삼애인더스 해외CB 900만달러를 발행한 뒤 삼애인더스가 전남 죽도 일대 바다에 묻힌 금괴발굴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주식으로 전환,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겼으며 이때 이 CB를 나눠받거나 이 CB를 토대로 한 사설펀드에 가입한 정.관계 인사들이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CB는 보통사채와 마찬가지로 확정이자를 지급하지만 일정한 조건아래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이 부여된 사채를 말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B가 이전에도 뇌물로 사용됐는지 여부는 잘 알 수 없지만 뇌물로서 현금보다는 여러가지 유용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특정인에게 CB를 발행하게 되는 사모사채의 경우는 훨씬 개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 꼽은 유용성은 합법성을 가장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주식 등에 비해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이씨의 로비대상이 정.관계 고위층인 만큼 로비의 대가로 현금을 직접 받는데는 아무래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어서 이씨는 우회적으로 이들에게 이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확실히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CB를 액면가 등 당시 정당한 가격으로 인수토록 했다면 `외형상 합법적인 투자'인 만큼 고위층들로서는 CB인수에 거의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들은 추정했다.

이씨가 고위층의 친인척을 자신의 회사 임원으로 채용한 것도 같은 이치로 볼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CB는 채권으로 발행된 후 주식으로 전환되기 전까지는 상당부분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도 뇌물로서 대단한 장점(?)이 될 수 있다.

처음 CB가 발행된 후 주식전환 전에 채권의 형태로 거래가 이뤄질 경우에는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한 거래 당사자들 이외에는 거래내역을 파악하기 어렵다는것이다.

다만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시점에는 주식명의개서를 해야하기 때문에 그 시점이 돼야 당시 소유주가 드러나게 된다.

채권으로 유통되는 기간에 소유주는 수사당국의 거래당사자들에 대한 강제조사등의 절차를 통해서만 가려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와함께 CB의 형태로 거래되는 시점에서도 관련 주식이 급등할 경우 CB가치도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주식전환전 CB의 거래만으로도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CB를 이씨측이 되사주기로 했다면 고위층으로서는 확실한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었을 것이며 이씨도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어느정도 시세차익을 거뒀다면 이른바 윈-윈(WIN-WIN)게임도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했다.(서울=연합뉴스) 임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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