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한인 추락 촬영 '막장언론'에 뉴욕 분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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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포스트 기자가 뉴욕 지하철에서 정신이상자로부터 떠밀려 죽은 한인 교포를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은 것에 대해 뉴욕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달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지하철 맨해튼 49가 역에서 50대 한국 남성이 정신이상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떠밀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 경찰은 20대로 추정되는 흑인 남성이 3일 점심쯤 맨해튼 7 애버뉴 49가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한인 남성을 플랫폼 아래로 떠밀고 도망쳤다고 밝혔다. 경찰은 4일 29세의 흑인 용의자를 체포했다.

한인 사망자의 신원은 퀸스에 사는 한모(58)씨로 승강장으로 올라오려 했지만 역으로 진입하던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끼였다. 사고 직후 인근 세인트루크스 루즈벨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그런데 뉴욕포스트는 12월 4일자 신문 표지에 뉴욕지하철 한인사망 사고와 관련해 “선로에 떨어진 이 남성은 죽기 직전이다(Pushed on the subway track, this man is about to die)”라는 설명과 함께 신문 하단부에 ‘(죽을)운명(DOOMED)’이라는 단어를 굵은 글씨체로 달아 사진을 게재했다.

이에 대해 뉴욕 시민들은 사진을 촬영할 시간에 사람을 구하는 것이 먼저 아니냐며 분노했다. 이 사진을 찍은 사진기자 우마 압바시(Umar Abbasi)는 기관사에게 경고하기 위해 계속 플래시를 터뜨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은 1994년 퓰리처 수상작 ‘수단의 굶주린 소녀’가 연상된다. 이 사진을 찍은 케빈 카터(Kevin Carter)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으로 아프리카의 기아 및 내전 취재 전문 사진기자였다. 그는 당시 아프리카의 극심한 기아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수단 남부에 들어가 식량 센터 근처에서 아사 직전의 한 소녀를 발견한다.

불행한 어린 소녀 뒤에는 살찐 독수리가 소녀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독수리가 호시탐탐 때를 기다리던 순간에 카터는 셔터를 눌렀고 이 사진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카터는 이 사진으로 퓰리처 상을 수상했지만, 그 광경을 본 순간 셔터를 누를 게 아니라 독수리를 쫓고 소녀를 구했어야 했다는 거센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사진을 찍은 뒤 곧장 독수리를 쫓아냈다”는 그의 변명을 아무도 믿지 않았고, 고통 속에 빠진 그는 그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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