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박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부활극 [붐]은 옛날의 이야기다. [인디언]을 상대로 신나게 총격전을 벌이던 개척민의 활극이 이제는 노랗게 퇴색해 버렸다. 관중들은 회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째서 [아메리칸·인디언]들은 밤낮 죽어야만 하는가?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그들도 백인과 마찬가지로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 아닌가? 결국 관중들은 [인디언]이 쓰러져 죽는 것을 보고 무작정 박수만 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갱]이야기나 경찰수사극이 현대의 서부극을 대신 하게 되었다. 초인적인 FBI[넬리]의 무용담이나 [텍사스·레인저]의 활약상이 영화와 TV의 관객을 열광케 한 것이다. 흉악한 살인자나 악독한 [갱]들의 조직을 쳐부수는 활극은 쾌감을 준다. 권선징악은 활극의 감초다. 악한이 죽을 때 관객은 손뼉을 친다. 그리고 믿음직한 경찰에게도….
총기를 가진 이성수가 백야의 서울거리에 출몰하고 있었다. 시내한복판인 회현동에서는 뒤쫓던 경찰에게 총질까지 했다. 현상금 5만원이 20만원으로 올랐고, 군의 지원까지 받으면서도 신출귀몰하는 범인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이게 영화라면 유유히 그[드릴]을 감상할 수 있지만, 현실 속의 일이라 시민은 불안 속에서 떤다. 백주에 맹호가 서울거리에 나다니는 것과 같다.
[무기력한 경찰]이라는 비난도 들렸다. 구멍 뚫린 낡은 그물로 고기를 잡으려고 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사실 이런 사건이 생길 때, 경찰은 점수를 딴다. 민활하고 통쾌하고 기지 있는 솜씨로 범인을 잡아낼 때 시민들은 손뼉을 치는 것이다. 그 박수는 경찰의 신임을 두텁게 한다. 경찰은 그래서 은막의 [히로]처럼 되고 국민들은 경찰의[팬]이 되는 것이다.
[경찰의 활극]도 이제는 변해져야겠다. [데모]를 막는 활극에서 악한을 징벌하는 활극으로 더 [액센트]를 가했으면 좋겠다. 그편이 권선징악의 요소가 더 많다. 훨씬 더 극적인 쾌감을 줄 것이다. 자대 그날의 그 기백으로… 그 [데모]를 막던 용감한 솜씨로 이성수를 잡아야 했던 것이 아닌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