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 인터넷 경매업체 '카드깡' 분쟁

중앙일보

입력

이른바 ''카드깡'' 을 둘러싼 카드사와 인터넷 경매업체의 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비씨카드는 최근 옥션을 통한 신용카드 불법대출(카드깡) 문제와 관련, 옥션에 ▶카드깡 관련자료 제출▶카드깡으로 판명된 거래의 취소▶공식 사과 등 세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문서를 보냈다고 18일 밝혔다.

비씨카드는 옥션이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0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방침이다. 여신전문금융협회 규약상 한 카드사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면 3일 안에 다른 카드사도 이를 따르도록 돼있어 사실상 신용카드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옥션 사이트를 이용한 카드깡은 지난 3월 처음 검찰에 4백80억원이 적발됐다. 이는 옥션의 지난해 하반기 매출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옥션을 통한 카드깡이 많은 것은 오프라인이나 다른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카드깡 업자가 가맹점 등록을 할 필요가 없어 노출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카드깡 업자는 물건을 파는 쪽으로, 대출받으려는 사람은 구매회원으로 등록한 뒤 실물거래 없이 위장한 거래가 성사되면 대금은 카드사가 지불하고 회원은 카드사에 할부나 일시불로 결제한다.

실제로 물건이 거래되지 않는 이런 매출은 불법이어서 거래취소 대상인 데다 대부분 연체로 이어지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민감해 하는 부분이다.

옥션은 자체 감시를 강화해 카드깡을 70% 이상 없앴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경찰이 다시 45억원 상당의 카드깡을 적발하자 카드사들이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카드사들은 이미 지금까지 옥션에 대해 60억원의 대금을 지급정지한 상태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옥션이 카드깡 관련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는 등 매출을 늘리기 위해 사실상 불법거래를 방조해 왔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옥션측은 카드깡은 특정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문제라며 모든 책임을 옥션에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옥션 배동철 이사는 "카드사와 합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며 "회원정보를 제공하거나 매출취소 요구에 대해 현재로선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 고 덧붙였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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