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만원 짜리 유모차 '스토케', 계단서…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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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둘째 아이를 출산한 이성민(34·여)씨는 유모차를 알아보다 70만원짜리 퀴니의 ‘제프 엑스트라’를 샀다. 처음엔 엄마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스토케 유모차에 마음이 쏠렸지만 가격을 보고 포기했다. 그는 “스토케가 확실히 폼 나긴 하지만 4년 전 첫째 때보다도 값이 50만원 넘게 뛰어 놀랐다”며 “유모차를 접고 펼 때 불편한 것도 단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사고 나니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이씨는 “요즘엔 아파트에서 좋은 유모차 아니면 엄마 모임에 안 껴준다는 얘기도 있더라”며 “가끔은 ‘더 비싼 걸로 살걸’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엄마들의 샤넬’ ‘유모차계의 벤츠’로 불리는 노르웨이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 이른바 ‘고소영 유모차’로 이름을 알린 미국 브랜드 오르빗. 100만원을 훌쩍 넘는 이런 고가 수입 유모차가 비싼 만큼 품질도 뛰어날까. 소비자시민모임이 영국·홍콩·네덜란드·스웨덴·덴마크 소비자단체와 공동으로 진행한 11개 유모차에 대한 품질 테스트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검사는 국제소비자테스트기구(ICRT)를 통해 이뤄졌다. 안전성·내구성뿐 아니라 기동성·운행편리성·등받이조절 등 전반적인 사용 품질을 평가했다.

 평가 결과 11개 제품 중 가장 높은 2등급을 받은 제품은 맥클라렌 ‘테크노 XLR’(76만5000원)과 잉글레시나 ‘트립’(36만8000원)이었다. 등받이 조절, 접고 펴기, 기동성 등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아 ‘구매할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둘 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수입 유모차다.

 미국 그라코 ‘시티라이트R’(29만8000원)과 일본 콤비 ‘미라클턴 프리미에’(88만원)는 가장 낮은 5등급(매우 미흡)이었다. 두 제품 모두 유모차를 접었다 폈을 때 유모차가 다시 접히는 걸 막아주는 잠금장치가 1개뿐이었다. 유럽 안전기준에 따르면 자동 잠금장치는 2개여야 한다. 하지만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정도는 아니어서 ICRT는 이 두 제품을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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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케 ‘엑스플로리’(169만원)와 오르빗 ‘G2’(145만원)는 ‘미흡’에 해당하는 4등급에 머물렀다. 잉글레시나 트립과 비교하면 가격이 4배 수준인데도 등급은 두 단계 아래다. 스토케 엑스플로리는 시트 청소가 어렵고, 짐 보관이 2㎏까지밖에 안 되며, 비포장도로에서 덜컹거려 끌기 어렵다는 게 주요 감점 요인이었다.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있고 계단을 오르내리기 불편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오르빗 G2 역시 등받이 조절과 기동성, 비포장도로 주행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소시모 윤명 정책국장은 “전문 평가단이 400개 넘는 항목에 대해 사용자 관점에서 평가한 결과”라며 “스토케는 맥클라렌에 비해 대부분 항목에서 점수가 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토케코리아는 이날 낸 자료에서 “테스트에 참여한 인원이 9명뿐이고, 구체적인 테스트 방법이 공개되지 않았다”며 평가의 신뢰도를 문제 삼았다.

 ICRT를 통해 품질을 비교 검사한 정보가 나온 제품은 유모차가 처음이다. 지난 3월 수입 유모차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보다 훨씬 비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던 소시모는 이후 품질 비교평가를 위해 ICRT에 조사를 의뢰했다. 공정위는 평가할 유모차 구입비 등을 예산으로 지원했다. 김재옥 소시모 회장은 “비싸고 디자인 좋은 제품이 품질도 좋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기보다 기동성·편리성 등을 꼼꼼히 따져 유모차를 구매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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