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 금호, 은행빚까지 내서 불량률 낮춰 이젠 크라이슬러·포드가 고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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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가 품질측정 자동화를 위해 울산 본사에 설치한 3차원 품질측정실 모습. 오른쪽 큰 장비가 3차원 측정기다. [사진 금호]

울산에 본사를 둔 금호는 금호그룹과 관계없는 자동차 부품 전문업체다. 연료의 완전 연소를 도와주는 배기 매니홀더가 주력 상품이다. 현재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 미국 포드·크라이슬러 등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영희 대표가 인수하던 2007년 회사는 부도 직전이었다. 매출 연 80억원에 수출은 꿈도 못 꾸는 업체였다. 인수 초기 이 대표는 높은 불량률로 인한 반품·환불 요구에 시달렸다. 은행 빚을 얻어서는 불량률 낮추기에 온 힘을 쏟았다. 품질은 점점 높아졌다. 자신감을 얻은 이 대표는 수출에 눈을 돌렸다. 어렵사리 크라이슬러 납품을 따냈다. 이게 불량률 0을 기록했다. 이후 포드까지 고객사에 추가됐다. 현재 크라이슬러와 포드에 수출하는 물량은 금호 전체 생산량의 56%에 이른다.

 수출 확대는 매출 급증으로 이어졌다. 수출이 없던 2007년 8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348억원으로 늘었다. 2009년 500만 달러(약 54억원)이던 수출은 지난해 그 4배인 2000만 달러가 됐다. 요즘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금호의 공장은 24시간 가동된다. 직원들은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한다. 중소기업으로는 보기 드물게 자체적으로 제품 성능을 시험하는 품질측정 자동화 시스템도 개발해 운영 중이다.

 금호는 경영 혁신과 사회 공헌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계분야에 종합경영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중소기업의 가장 어려운 현안인 인재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말에 성과급을 지급하고, 휴가철엔 콘도미니엄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에선 소통에도 힘쓴다. 2년 전 이 대표가 승용차를 대형차로 교체할 때 100여 명의 직원을 모두 불러 의견을 물어봤을 정도다. 지역축제인 ‘황우쌀 축제’를 지원하고 지역 독거노인·소년소녀 가장 후원, 지역특산품 구매 등 중소기업으로선 보기 드물게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영희 대표는 “혁신 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신념으로 경영을 했는데 모든 직원이 자발적으로 동참해 줘 오늘의 결과가 있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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