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 우려에 美 국채 금리 급등
김경진 기자
최근 미국 시장 금리는 안정화 추세에 있었다. 높은 물가상승률을 견인해온 고용과 소비가 둔화하는 조짐을 보인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참고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이 전년 동월 대비 지난달 2.6% 상승에 그치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시장 금리가 갑자기 오른 것은 트럼프 재선 가능성이 조기에 불거진 영향이란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이뤄진 미국 대선 토론회에서 압승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후보 교체론을 끌어냈다. 여기에 1일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에 대한 면책 판단을 하급심으로 돌리면서,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사라졌다. 오는 11월 5일 치르는 미국 대선 전에 하급심 판단이 나오기가 사실상 어려워서다.
선심 재정·감세 가능성에 금리 상승 우려
미국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선심성 재정 지원 정책을 펼치기가 더 용이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규모 감세 공약까지 내세우고 있어 재정 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재정 지원은 물가상승률을 자극하고, 재정 적자 확대는 국채 발행량을 늘려 금리 급등을 부른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Fed가 예상했던 것보다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기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잭 애블린 크레셋캐피털 투자책임자는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는 여러 가지 투자적 의미가 있다”면서 “(가장 주목할 것은) 법인세 인하가 내년에 연장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Fed의 고금리 장기화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관세 부과식 무역 전쟁, 물가 상승 불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AP=연합뉴스
대규모 관세 부과를 통한 트럼프식 무역 전쟁도 금리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관세 10%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엔 60% 이상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물가 상승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금리를 쉽사리 낮출 수 없는 환경이 된다.
이민 제한, 임금 상승 자극할 가능성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자국으로 돌아갔던 이민자들이 최근 미국 고용 시장으로 계속 유입되면서 임금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으로 복귀해 이민 장벽을 높이면 임금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 매튜혼바흐 모건스탠리 전략가는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시장은 금리 인하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이민과 관세 정책 변화 가능성과 싸워야 한다”고 했다.
“미국 정치 부정적 영향 대비해야”
실제 트럼프 재선 가능성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급등하자, 이날 코스피(-0.84%)·코스닥(-2.04%)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값도 전 거래일 대비 8.9원 떨어진 1388.2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1390원대를 위협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거전이 치열해질수록 재정 지원이나 무역 장벽 강화 같은 정책들은 트럼프뿐 아니라 미국 민주당 진영에서도 경쟁적으로 나올 수 있다”면서 “미국의 이 같은 정치 환경이 한국 경제에 줄 부정적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