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28일 오전 경기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2인 체제의 위법성'을 강조하며 김홍일 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래서 방통위가 비정상적인 ‘2인 체제’로 운영돼 김홍일 위원장을 탄핵하겠다는 민주당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 김 위원장을 내보내 방통위를 마비시키겠다는 게 본질이다. 왜? 그래야 친민주당-반윤 방송인 MBC를 현 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서다.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의 임기는 8월 중순에 끝난다. 원래 방문진은 여 6, 야 3의 구성인데, 현 방문진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로 야권 우위 구조였다. 이에 김홍일 방통위는 8월 임기 종료 시점에 맞춰 방문진을 물갈이해, 이를 토대로 MBC 경영진까지 교체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걸 하지 못하게끔 민주당이 김홍일 탄핵이란 카드를 꺼낸 것이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제32차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그렇다면 여권은 가만있을까. 국회에서 탄핵당하기 전에 물러나면 된다. 앞서 이동관 전 위원장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탄핵 표결 당일인 지난해 12월 초, 자진 사퇴했다. 취임 100일도 안 된 시점이었다. 김홍일 위원장 역시 탄핵 표결(7월 3일 예상) 직전 사퇴가 유력하다. 벌써 후임 인사도 몇몇 거론되고 있다. 지명되면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지만, 윤 대통령이 보고서 채택과 상관없이 무조건 임명할 것이기에 빠르면 8월부터 방통위원장 업무가 가능하다. 법적인 하자는 없지만, 여야 모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묻지마 탄핵-꼼수 사퇴 등 활극을 벌이는 모양새다.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
혹자는 지상파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데, 유튜브로 뉴스 보는 시절인데, MBC를 두고 왜 이리 진흙탕 싸움을 벌이나 할지 모르겠다. 순진한 발상이다. MBC는 2년 전 대선을 사흘 앞두고 김만배-신학림 거짓 인터뷰를 헤드라인부터 네 꼭지나 연속해서 내보냈다.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었지만 아직도 해명도 사과도 없다. 공영방송이 공영을 거세하고 특정 진영의 선봉에 설 때, 얼마나 무서운 흉기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우리는 최근 목도하고 있다. 당장은 방통위원장을 둘러싼 홍역이지만, 이 사태가 마무리되면 민영방송 MBC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거 같다.
최민우 정치부장